재계 9위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계자 정기선 현대중공업(35)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단지 불과 2년만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등장하게 됨에 따라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 부사장의 행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정기선 신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에 대한 인사를 통해 정기선 전무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했다. 정 부사장은 오너 정몽준(66) 아산재단 이사장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명실상부한 그룹 후계자다.
정 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안광헌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끌게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올해 4월 지주회사 전환 전)에서 분할·신설된 조선기자재 A/S 업체다.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맡고 있는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 부사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래 빠른 속도로 경영권 승계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정 부사장은 청운중, 대일외국어고,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육군 ROTC 중위로 전역한 후 크레디트스위스(CS) 인턴사원과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지만 얼마 뒤 미국 유학을 떠나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한 뒤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현대중공업에 복귀해 본격적 경영 승계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10월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바로 승진한 데 이어 2015년 11월 전무에 오르며 33세에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달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대물림을 위한 보유지분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 지분이라고 해봐야 97주(0.0%)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정몽준 이사장(25.8%·420만주)의 지분 승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 여기에 현대중공업 460주(0.0%), 현대건설기계 29주(0.0%),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30주(0.0%)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