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주력사인 현대중공업의 최길선(71)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한다. 권오갑(66) 부회장 또한 지주회사 대표로 옮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강환구(62)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된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자문역으로 위촉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각자대표)직을 내려놓고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만을 맡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 4월 현대중공업 분할을 통해 출범한 현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로서 현재 사명변경을 추진중인 상태다.
이번 인사로 2014년부터 이어온 최길선-권오갑 투톱 체제는 막을 내렸다. 2009년 현대중공업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던 최길선 회장은 2014년 실적 악화 등 경영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권 부회장 역시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다 현대중공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위기의 진원지였던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 회장을 맡아 경영 정상화에 주력했고, 권 부회장은 회사 내부 살림을 맡으며 힘을 보탰다.
권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 일감 부족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영진 세대교체로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1955년생인 강환구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고, 설계와 생산, 기획 등 조선업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14년 10월부터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권 부회장과 함께 현대중공업을 이끌었다.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강환구 사장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수주절벽 여파로 올 하반기부터 일감 부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그 동안 생산과 설계, 안전 등 울산 본사 내부경영에 전념해왔던 강환구 사장 입장에서는 일감 부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수주 확보 등이 과제인 셈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주영걸 대표와 현대건설기계 공기영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양사는 올 4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현대중공업에서 분할 독립한 회사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아들인 정기선 전무는 작년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졍됐다. 정 부사장은 기존 안광헌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계열 자회사 대표도 새 인물로 교체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에는 현대건설기계 강철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현대E&T 새 대표에는 심왕보 상무, 현대중공업모스에는 정명림 전무가 한 계단씩 승진하면서 신임 대표를 맡게 됐다. 현대힘스 대표는 현대중공업 오세광 상무가 자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