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었지만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분기 매출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방역을 해제하면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영향이다.
업계에서 쌍두마차로 꼽히는 씨젠도 전년 보다 실적이 늘었지만 에스디바이오센서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 진단기기 기업들이 연매출 1000억원을 밑돈 가운데 휴마시스가 자가진단키트 효과로 올 1분기에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방역 해제로 오미크론 대확산…진단기업 실적 상승 '지속'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 1분기 매출은 1조3884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보다 17.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고 순이익은 7.7% 증가한 4749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각국이 하나둘씩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데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대폭 확산하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전 세계 신규 확진자가 300만명을 돌파했고 국내의 경우 순차적으로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지난 3월 일일 확진자가 62만명을 넘어섰다.
씨젠도 오미크론 확산 효과를 누렸다. 씨젠의 올 1분기 매출은 4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8.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97억원, 1657억원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내 매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이 다소 늘었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 매출이 감소했고 재고 관련 비용과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진 않았다.
무엇보다 올 1분기에 오미크론 수혜를 톡톡히 본 건 휴마시스다. 휴마시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보다 1507.9% 증가한 3264억원을 기록하며 씨젠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영업이익은 2032억원으로 전년 보다 1607.6%, 순이익은 1598억원으로 전년 보다 1482.2%나 늘었다. 국내시장에서는 조달청과의 납품 계약과 함께 전국 병·의원 등에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이 증가했고 해외시장에서는 미국, 브라질, 대만 등에 기 계약된 자가검사키트 수출용 물량이 납품되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인수합병·지분투자·신사업 확장 등 엔데믹 대비
대부분의 진단기기 기업들은 연매출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에는 연매출이 73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특정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급격히 증가했고 현재도 성장세에 있다. 특히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비슷한 시기에 진단키트를 개발,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 매출 격차는 3배가량 벌어졌다.
그 이유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자가진단키트, 씨젠은 전문가용 분자진단기기인 PCR이 주력 제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에 국내에서는 PCR검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시장이 훨씬 큰 해외에서는 병원에서 고가의 비용을 내고 검사를 해야 하고 병원까지 거리가 멀어 자가진단키트 시장이 활성화됐다. 결국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해외 시장에서 발 빠르게 입지를 다진 것이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후발주자인 휴마시스도 자가진단키트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을 확대하면서 올 1분기에 좋은 성적표를 냈다.
당초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진단기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고 여전히 확산하고 있고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어서다. 또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준비하고 있고 휴마시스는 면역진단에서 분자진단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PCR을 출시하면서 분자진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 게 아니라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매출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기업마다 신사업 등을 통해 엔데믹 이후를 대비하고 있어 급격히 실적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