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존에 출시한 의약품의 제형 변경을 통해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병원에서만 맞는 것이 가능해 불편했던 주사제 대신 복용이 간편한 알약이나 물약은 물론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 형태의 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형 변경은 제약사의 특허 보호와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스카이테라퓨틱스와 다양한 만성 피부질환 치료제를 경피 흡수 제형 치료제로 공동 연구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경피 흡수 제형은 피부에 바르거나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경구 투여 제제와 달리 위장관을 거치지 않아 소화관계 부작용 또는 초회통과효과(간, 창자에서 대사돼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HK이노엔도 2018년 출시한 정제(알약) 형태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지난 5월 구강붕해정(ODT)으로 개발, 출시했다. 구강붕해정은 입에서 녹여 먹는 제형으로,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거나 물을 마시기 어려운 환자들이 쉽게 복용할 수 있다.
또 HK이노엔은 중국에 지난 4월 정제형인 '케이캡' 진출에 성공하면서 주사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3~4조원으로,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HK이노엔이 주사제 개발에 뛰어든 건 중국에서 먹는 경구제보다 주사제 시장이 2배가량 크기 때문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도 주사제, 구강붕해정 등 다양한 제형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고령 환자가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도 삼키기 힘든 정제를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 및 출시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도네페질 성분의 정제의약품을 패치제로 공동개발하고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회사가 개발한 도네페질 패치제는 1주일에 2회 피부에 부착하면 된다. 해당 도네페질 패치제는 셀트리온의 '도네리온패취', 아이큐어의 '도네시브패취'로 출시 예정이며,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도네페질 성분을 가루 형태의 산제로 출시했다. 물이나 주스 등에 녹여 복용할 수 있어 정제를 삼키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편의성이 높다.
셀트리온의 경우 바이오시밀러의 제형 변경으로 시장을 확대한 경험이 있다. 셀트리온은 2009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개발했다. 기존 제품은 정맥주사 제형으로, 환자가 2~3주마다 직접 병원에 방문해 1~2시간가량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 제형(SC)을 개발하고 지난 2020년 유럽에 진출했다.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5개국에서 램시마SC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4분기 2%에서 지난해 4분기 8%로 증가하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존에 출시돼 있는 의약품의 제형을 변경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함으로써 처방 이탈을 차단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 제형 변경을 통해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 예로 과거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는 필름형 비아그라 후속제품들이 쏟아지면서 필름형 시장도 확보하기 위해 구강붕해필름(ODF) 제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제약과 판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은 조성물, 물질, 제형 등에 대한 다양한 특허가 있는데 제형을 변경해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 제형 변경한 제품들은 복용 편의성을 높인 장점이 있어 기존 오리지널 제품의 처방을 빼앗아오거나 확보하고 있는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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