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관계사 한미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계열사 간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을 강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한다는 구상인데요. 업계에선 이번 합병이 한미약품그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주목합니다.
한미헬스케어는 지난 2017년 시스템통합(SI) 업체 한미IT와 의료기기 업체 한미메디케어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비상장 계열사입니다. 의료기기 유통·완전두유 제품 및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 등의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요.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2세가 지분 97.9%(임종윤 35.86% 임주현 24.18% 임종훈 37.8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헬스케어는 그룹의 경영 승계 통로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죠. 참고로 한미헬스케어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6.43%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한미약품그룹은 아직 승계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를 설립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제약사를 포함한 여러 기업은 경영 승계를 위한 방법으로 인적분할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을 활용합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자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미약품그룹의 오네2세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별다른 경영 승계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지주회사 전환 전 지분이 적었던 탓인데요. 실제 지주회사 전·후 2세들의 지분율은 1.15%(한미약품)에서 2.65%(한미사이언스)로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현재 임종윤·임주현·임종훈 사장은 각각 7.88%·8.82%·8.41%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자녀들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 승계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이죠.
다만 오너2세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보가 경영 승계의 핵심이라는 덴 이견이 없습니다. 한미약품그룹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왔습니다. 지난 20202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전 회장 별세 이후 부인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고 있고요.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인 우종수·권세창 대표이사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에 따라 경영 승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번 합병으로 오너2세들의 지분율은 소폭 늘었습니다. 합병은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입니다. 합병 비율은 1:0.2845706(한미사이언스:한미헬스케어)인데요. 한미사이언스의 가치를 100으로 볼 때 한미헬스케어의 가치가 28%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경영 승계 통로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미헬스케어의 가치를 더 적다고 본 것이죠.
합병 비율대로 오너2세가 받는 주식수를 계산하면 임종윤 사장이 139만4334주, 임주현 사장이 94만84주, 임종훈 사장이 147만1926주가량입니다. 합병 이후 이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임종윤 사장 9.38%, 임주현 사장 9.64%, 임종훈 사장 9.99%가 되고요. 오너2세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늘었지만, 이들간 지분차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이번 합병을 통해 경영 승계의 향방을 예측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승계 문제와 관련해선 송 회장의 결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요.
다만 합병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전보다 깔끔해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한미헬스케어는 지주회사 위에 또 다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오너2세 개인회사라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합병이 완료되면 복잡한 지배구조가 단순화됩니다. 또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을 중심으로 단독 경영 체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앞서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3월 임종윤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고요. 이어 임주현 사장 역시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자진 사임한 바 있습니다.
삼남매는 한미약품 사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성 강화와 객관적인 견제로 경영의 질을 높일 수 있죠. 그 결과물로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이전(L/O)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내달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허가 여부가 나올 예정입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도 오는 9월 FDA 자문위원단을 통해 승인 여부를 예상할 수 있고요.
오너 2세의 승계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성과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단순해진 만큼 한미약품이 의약 및 의료기기 사업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