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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포지오티닙' 끝났지만 '롤베돈'은 시작이다

  • 2022.11.29(화) 06:50

FDA, 스펙트럼에 ‘포지오티닙’ 신속승인 불가 통보
스펙트럼 "R&D인력 75% 감축…롤베돈 상업화 집중"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이 무산됐다. 미국의 스펙트럼에 지난 2015년 기술수출한 지 8년째 되는 시점이다.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은 무산됐지만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던 한미약품의 '롤베돈(한국 제품명: 롤론티스)'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스펙트럼은 롤베돈의 미국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5일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포지오티닙의 신약 품목허가신청서(NDA)에 대해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해당 CRL에는 "현 시점에서 포지오티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펙트럼은 지난 2월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신속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신속승인은 질병의 경과가 오래 걸리거나 신약의 임상적 유효성 확인이 오래 걸릴 경우 대리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를 통해 치료 효과를 조기에 평가하고 의약품을 신속하게 허가하는 제도다.

포지오티닙은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거나 사람 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2형(HER2) 엑손20 삽입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한미약품이 2015년 스펙트럼에 포지오티닙을 기술수출할 당시만 해도 관련 치료제가 없어 신속승인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얀센, 다케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거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으면서 FDA의 신속승인이 어려워졌다. 

특히 포지오티닙의 임상2상 결과도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지난 9월 △제한적인 유효성 △높은 이상반응 발생 빈도 △개발 과정에서 부족했던 용량 설정 최적화 △유효성, 안전성 이슈로 인한 확증 임상(임상 3상)의 개시 지연 등을 지적하면서 임상2상 결과에 대해 신속승인의 위험이 혜택보다 더 크다는 표결이 나왔다. 

위험이 9표, 혜택이 4표였다. ODAC의 판단이 반드시 FDA 결정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품목허가 여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포지오티닙의 FDA 허가가 무산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한미약품의 주가에도 선반영된 바 있다.

FDA의 신속승인이 불발되더라도 임상 3상을 통해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만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스펙트럼은 올 연말까지 연구개발(R&D) 부문의 인력을 75% 감축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한 운영자본을 지난 9월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베돈'의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R&D 인력을 75%나 감축하면 포지오티닙의 임상3상을 진행하기 어렵고 사실상 포지오티닙의 개발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은 좌절됐지만 롤베돈이 지난달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미약품은 스펙트럼으로부터 로열티 수익을 받게 됐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지오티닙에 대한 최종 결과 확정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달 23일부터 미국 출시가 시작된 롤베돈 매출로 로열티 수익과 원료 공급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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