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국내에 e심 서비스가 도입됩니다. e심은 칩을 스마트폰에 삽입해 이용하는 유심과 달리 단말에 내장된 칩에 가입자 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이용하는 형태의 SIM(가입자식별모듈)을 말하는데요.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두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e심 도입을 주저해왔던 통신사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는데요. 알뜰폰이나 다른 통신사에 이용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e심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된 상황입니다. 2020년 말 기준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e심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e심 도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유심 판매 수익이 감소하는 데다 장기적으로 가입자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재 통신사들은 개당 7700원 정도에 유심칩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원가는 약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통신사 입장에서 고정적인 매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해 통신3사가 유심 판매로 벌어들인 매출은 240억원가량으로 추정됩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요.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이 알뜰폰 요금제를 함께 이용하면서 저가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신3사는 8만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알뜰폰에서는 2만원대로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성 통화는 통신3사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번호이동이 활발해져 마케팅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통신3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개통이나 번호이동이 쉽다는 e심의 특징 때문인데요. 대리점에 가서 유심칩을 구매할 필요 없이 e심을 다운받기만 하면 손쉽게 번호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내달 e심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통신사들도 전용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KT입니다. KT는 내달 1일부터 하나의 휴대폰에서 두개의 번호로 통화, 문자, SNS를 이용할 수 있는 '듀얼번호'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듀얼번호'는 월 8800원에 두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합니다. 데이터 소진 시에는 최대 400K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KT가 내놓은 요금제는 자사 가입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e심 서비스 도입으로 인한 가입자 이탈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인데요. 업계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심이 도입되면 하나의 단말기를 여러 용도로 분리해 쓸 수 있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일상 생활이 다소 편리해 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해 휴가 중일 때 업무용 번호를 꺼둘 수 있는데요.
중고 거래나 주차 시 연락처를 남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해외에 나갈 때도 해외 현지 유심을 구매해 갈아 끼울 필요 없이 현지 통신사 번호를 간편히 추가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