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오는 9월1일부터 e심(embedded SIM) 서비스를 시작한다. 플라스틱 형태의 유심(USIM)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형태의 e심으로 가입자를 식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한 대에서 유심과 e심을 이용해 서로 다른 2개의 번호로 통화할 수 있다.
원리는 이렇다. 지금까지 판매된 스마트폰에선 유심(USIM)을 꽂아 번호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e심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에 이용자가 네트워크 접속 정보를 받아 개통할 수 있다. 쉽게 말해 e심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사서 원하는 통신사의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번호를 받을 수 있다.
e심 어떻게 이용하나
e심 서비스를 앞두고 LG유플러스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e심의 특징과 사용법을 설명했다.
e심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두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원리는 간단하다. e심으로 한 번호를 개통한 뒤, 별도로 유심을 사서 삽입한 뒤 다른 번호를 개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e심과 유심을 사용해 한 스마트폰으로 두 번호를 사용하는 것을 '듀얼심'이라고 부른다.
김현민 LG유플러스 디바이스기획팀장은 "e심 이용자는 전화를 걸 때 다이얼 화면상단에 회선을 설정할 수 있는 탭이 생긴다"면서 "이것으로 어떤 번호를 사용할지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문자를 보낼 때도 번호를 정할 수 있다. 실제로 김 팀장이 e심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다이얼을 창을 띄우자 상단에 '메인 회선'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직접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개통할 수 있는 것도 e심만의 장점이다. 김 팀장은 "QR코드를 찍어 'e심 활성화'를 누른 뒤 새 번호를 메인으로 사용할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며 "오른쪽 상단에 메인 번호와 보조 번호 중 어떤 걸 사용 중인지 표시돼 원하는 번호를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유심 보다 저렴
LG유플러스는 e심과 유심을 모두 사용하는 듀얼심의 장점으로 사생활 보호를 꼽았다. 김 팀장은 "한 고객이 한 스마트폰으로 2개의 전화번호를 발급받아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에도 2개의 번호를 사용하는 '듀얼넘버'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듀얼넘버 서비스는 두 번호를 모두 한 통신사에서 받아야 했다. 한 회사의 요금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e심 서비스는 각 심에서 서로 다른 통신사의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통신사 요금제와 알뜰폰 요금제를 조합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또 한 스마트폰에서 2개 통신사의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어 망 장애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 특정 사업자의 망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신사 망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심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유심은 7700~8800원 이었는데, e심은 2750원에 불과하다.
'듀얼심 시대' 문제는 없나
사실 해외에선 이 같은 장점 때문에 e심이 활발히게 사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의 50%가 e심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69개국에서 e심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2018년 10월부터 e심을 도입해 듀얼심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e심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상용화가 늦어졌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부터 e심을 탑재해오고 있지만, 삼성은 이달부터 사전판매에 들어간 갤럭시Z플립과 폴드4부터 e심을 적용하고 있다. e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이 국내에 충분히 도입되지 않아 그동안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 삼성이 추후 출시하는 모델에 e심을 계속 적용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면서 국내 e심 서비스 이용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통신3사가 수익 감소를 우려해 e심 서비스 출시를 미뤘다는 추측도 나온다. 원가가 1000~3000원대로 알려진 유심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적지 않은 데다, 듀얼심 도입으로 이용자들의 통신사 이동이 쉬워지면서 장기적으로 가입자 이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하드웨어인 유심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e심 특성상 해킹 등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냐는 우려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e심은 기술적으로 정보 탈취와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