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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늦바람' 제약바이오, 핵심은 '이것'

  • 2022.12.15(목) 10:53

100개사 중 S·A+등급 없어…D등급 41곳
환경분야 취약…"자금조달 등 주요 척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환경 분야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떠오른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환경분야 강화에 힘을 더욱 쏟아야 할 전망이다.

S·A+등급 '0곳'…환경 분야 취약

14일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2년 ESG 통합 등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100곳 중 S나 A+등급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A등급과 B+등급을 받은 기업이 각각 5곳, 19곳이었다. 반면 D등급을 받은 기업은 41곳에 달했다. KCGS는 국내 상장 기업의 ESG 수준을 7단계(S·A+·A·B+·B·C·D)로 분류해 매년 발표하는데 D등급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세부적으로 통합 등급에서 A등급은 받은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들 기업 중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든 부분에서 A등급 이상을 획득했다. 두 기업 모두 환경과 지배구조 분야에서 A등급을, 사회 분야에서 A+등급을 받았다.

모든 부분에서 D등급을 받은 기업은 16곳이었다. CMG제약, 네이처셀, 바이넥스, 바이오니아, 바텍, 삼성제약, 삼진제약, 에이프로젠제약, 엑세스바이오, 엔지켐생명과학, 오스코텍, 오스템임플란트, 유바이오로직스, 일성신약, 헬릭스미스, 휴마시스 등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분야별로 살펴보면 환경 분야가 부진했다. 환경 분야의 경우 65곳이 D등급을 받았다. 환경 분야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다. B+등급도 SK바이오팜, 보령, 영진약품, 종근당, 종근당홀딩스 5곳에 불과했다.

사회 분야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동제약, 일동홀딩스,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등 6곳이 A+등급을 받았다. 이어 A등급 15곳, B+등급 13곳, B등급 7곳, C등급 15곳, D등급 44곳 순이었다.

KCGS 측은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된 모범규준을 평가모형에 반영하면서 ESG 수준이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상위권 기업은 모형 개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전사적 차원의 환경 경영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중하위권 기업의 등급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이젠 외면할 수 없다"

환경 분야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다. 제약바이오 특성상 철강이나 정유 등 제조업보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어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지배구조 부분 강화에 집중해왔다. 잇단 불법 리베이트 적발 사례로 이미지 개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사회 분야의 경우 재단을 설립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전통 제약 업계가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던 영역으로 꼽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러나 전문가들은 ESG 경영에서 환경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오염 물질 배출, 폐수 처리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약품 포장과 관련해서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 사용, 과대 포장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의약품은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ESG 평가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실제 최근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도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다수 빅파마가 10년 내로 탄소 중립, 폐수 배출 개선, 폐기물 저감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지속가능채권(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미국 암젠은 지난 2월 약 7억5000만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이를 녹색 건물, 친환경 운영 등에 할당할 예정이다. 암젠은 오는 2027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 머크(MSD)도 지난해 10억달러 녹색 채권을 처음 발행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폐수 관리 등에 사용, ESG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이스라엘 테바, 스위스 노바티스 등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을 위한 녹색 연계 채권을 발행했다. 녹색 채권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을 기업의 이익 실현이 아닌 친환경 사업 지원에 한정하는 채권이다. 친환경 지표가 규제나 자금 대출, 투자 등과 관련한 주요 척도로 자리 잡으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도 ESG 경영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친환경 열풍에도 성과는 '아직'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환경 부분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 업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사업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셀트리온도 공장 설계에 친환경 요소를 반영했다. 오는 2023년 준공 예정인 3공장엔 탄소 배출을 절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환경 보호 설계를 적용한다. 유한양행도 사업장 온실가스 저감 시스템을 운영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관련 법 기준 20% 이하로 관리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의약품 포장재 등을 적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동아에스티는 박스 포장용 테이프를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테이프로 바꿨다. 종근당도 일반 자재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제품의 포장 재질 및 재활용 등급을 표시한 그린 에코 패키지를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이나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처럼 친환경 관련 ISO 인증을 받는 기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 도입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제조·생산 라인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의약품 생산을 위해선 각국 규제 당국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GMP) 기준에 맞는 제조 설비와 환경이 필요한데 친환경 사업을 위해 공정을 바꾸려면 허가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무 여력이 녹록지 않은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도 ESG 경영에 비용을 쏟는 건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복합한 평가 기준, 전문 인력 부족,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면서도 "ESG가 기업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은 만큼 국내 기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요소를 반영한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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