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에 성금을 내거나 재단을 앞세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 분야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서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ESG 등급을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이 ESG 경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6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강원도에 성금 1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성금은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을 위한 구호품 지원과 피해 지역 복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1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를 통해 충청남도에도 산불 피해 지원 성금 1억원을 기부했다. 올해에만 두 차례 총 2억원의 성금을 전달한 것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산불 피해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역 사회의 회복과 위로에 주저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9일에는 저소득 및 위기가정 중·고생을 대상으로 매달 용돈을 직접 지원하는 용돈 장학 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셀트리온은 올해 인천과 충북 지역 소외계층 청소년 2555명을 대상으로 11억3000만원 규모의 청소년 용돈 장학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관련 사업으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6532명의 중·고생에게 약 26억원을 지원했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ESG 경영을 강조한 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2년 ESG 평가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통합 ESG 등급은 B등급이었다. 세부적으로 환경 부분에서 C등급, 사회 부분에서 B+등급, 지배구조 부분에서 B등급을 받았다. KCGS는 국내 상장 기업의 ESG 수준을 7단계(S·A+·A·B+·B·C·D)로 분류해 매년 발표하는데, B등급은 보통에서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ESG 등급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셀트리온그룹은 오래전부터 봉사와 기부 등을 통해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지난해의 경우 (ESG 관련) 행정적으로 필요한 서류들을 제때 제출하지 못했던 거 같다"면서 "올해 ESG 등급을 상향해 다른 대기업보다 저평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ESG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8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한 ESG위원회를 설치한 뒤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위원회를 개최했다. ESG위원회 위원장인 김근영 사외이사는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로, 지속가능경영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또 ESG위원회 설치에 앞서 지난해 4월에 신설한 지속가능경영실 산하 ESG추진팀은 신경하 상무가 이끌고 있다. 그는 셀트리온에서 법무본부장, 지속가능경영실장, 윤리경영담당장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연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다는 목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자체 ESG 진단 종합지표 △ESG 현황 및 개선점 △투명경영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 내 발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자체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