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하며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아틀라스는 자연스러운 보행은 물론 목부터 팔, 손목까지 관절이 360도 회전한다. 최대 50kg까지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하 20도, 영상 40도 등 사람이 버티기 힘든 환경에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넘어졌다가 빠르게 다시 일어서는 균형 및 복원력,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답을 찾아내는 실전 능력까지 갖췄다. 현장에는 아틀라스 외에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와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주차 로봇 등이 선을 보이며 휴머노이드 세상이 머지않았음을 확연히 보여줬다.
# 화재현장으로 거대한 자동차 형태의 로봇이 출동한다.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로봇으로 원격으로 현장을 식별하고 화점까지 접근해 불을 끈다. 무인소방로봇에는 첨단 자율주행보조시스템, AI 시야 개선 카메라, 고압 축광 릴호스 등 최첨단 기술이 탑재됐다. 현대차·기아,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소방청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성과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은 빠르게 우리 삶 속을 파고들며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는 IT(정보통신) 강국답게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한동안 생성형AI가 우리의 사고를 중심으로 침투했다면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물리적인 부분까지 책임져줄 '피지컬AI'가 본격적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사실 피지컬AI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동화 설비와 산업용 로봇이 적극 활용돼 왔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AI는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를 넘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스스로 작업 방식을 조정하는 '생각하는 자동화'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피지컬 AI의 세대가 크게 뒤바뀌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각인 중이다. 국내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인간형 휴머노이드까진 아니어도 한층 진화한 피지컬 AI를 생산 현장에서 이미 구현하고 있다. 피지컬AI 완성판으로 지목되는 휴머노이드 분야 역시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를 통해 가능성이 입증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피지컬AI 상용화가 정점을 찍게될 2020년대 후반엔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더욱 빛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에 없던 피지컬 AI의 등장…대전환 '초읽기'
피지컬AI 핵심은 인간의 물리적인 노동을 기계가 대신 해준다는 점이다.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가정보다는 산업 현장에서다. 인간이 직접 수행할 경우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미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자동화' 로봇들이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피지컬AI를 받아들이기 위한 경험은 이미 축적돼 있다는 거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AI는 이러한 자동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기존의 자동화 장치가 '이미 입력된 값'에 따라 움직인다면 피지컬 AI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이에 맞는 행동'을 한다. 기존의 자동화 설비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다.
일상에서 기존의 '자동화'에 'AI'가 가미된 '피지컬AI'의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는 청소기다. 진공청소기가 사람이 직접 하던 청소를 더 편하게 만든 도구였다면 로봇청소기는 청소기를 작동시키는 행위 자체까지 대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또 최초 세대의 로봇청소기는 '사전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청소를 했다면 이제는 주변 환경을 탐색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한 이후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LG전자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를 앞세우며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노동 없는 가정)'을 선언한 것도 피지컬AI로 세대가 전환하고 있어서 가능했다는 평가다. 당시 류재철 LG전자 대표는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미래 가정 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이라며 "고객의 AI 경험이 집에 머무르지 않고 차량, 사무실,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결돼 고객 삶의 일부로 이어진다"고 말하며 피지컬AI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피지컬AI 준비 완료된 한국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피지컬AI 산업권에서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제조기업들은 국내외 여러 생산시설에서 자동화를 고도화 해 일부 '생각하고 움직이는' 설비 고도화를 위한 검증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올 초 CES2026에서 "로봇사업에 대한 방향은 삼성전자의 여러 제조 생산거점이 있고 이 거점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쌓은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B2B는 물론 B2C시장에도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거점을 AI 기반 시설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통해 피지컬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도 메타팩토리 등의 생산 설비에서 로봇과 자율이동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피지컬AI에 대한 남다른 경험치를 쌓고 있다. 실제 현장에 투입돼 경쟁력이 검증돼야 하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을 필두로 다른 기업들도 진화한 피지컬AI를 발빠르게 체화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로봇 밀도)는 1220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 전반이 이미 피지컬AI 시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얘기다.
이러한 경험치는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는 글로벌 경제 산업 특성 상 피지컬AI를 자체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타 회사 시스템을 구매해 자신들의 설비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를 기반으로한 B2B 시장이 본격화하면 기존의 자동화 시스템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여온 한국 기업 제품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피지컬AI 정점 찍을 휴머노이드 '강자' 노린다
피지컬AI의 '정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과 비슷한 체형, 비슷한 움직임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 등을 '로봇'에 새롭게 맞추지 않고 기존의 사람 중심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올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로봇화'의 시작이 예상된다고 평가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 신규설치수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역성장 지속 후 올해 필두로 성장 재개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불과 5년후인 30년경이면 휴머노이드가 제조현장에 유의미하게 투입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도 높다. 인간의 복잡한 관절구조를 이해하고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등 숨겨진 과제가 많아서다. 휴머노이드 개발 자체는 1970년대 본격화했지만 무려 55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흉내내는 로봇이 등장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내놓고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제품 양산에 들어가면서 한국은 휴머노이드 피지컬AI 분야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를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불식시켰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CES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라고 불렸던 과제들을 해결한 형태를 보여줬다. 넘어져도 빠르게 다시 일어서는 균형 및 복원력,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답을 찾아내는 실전 능력 등을 보여주며 '실전 배치'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크게 열었다. 이전 휴머노이드들이 실증 단계에서 정체되며 가졌던 고민을 아틀라스가 해결한 것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지능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인간의 모든 노동 행위를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에서부터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것까지 모두 대신해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부품을 공유한다"라며 "동시에 개발하면 개발 과정에서의 비용을 줄이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현대차 그룹의 경쟁력이 높다고 봤다.
아틀라스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휴머노이드 성과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인수했던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이미 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두산로보틱스 등이 차기 주자로 꼽힌다. 관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