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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정용진, 온라인 대신 ‘AI’로 가는 까닭은

  • 2026.03.24(화) 07:20

신세계그룹, 리플렉션AI와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추진
아마존 AWS 모델 벤치마킹…고수익 신사업 노려
10조원 투자 규모 부담…경험 부족 등도 과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통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250MW)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면서인데요. 이는 단순히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관련업계에서는 아예 신세계그룹이 그룹 사업의 축을 AI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이 아마존과 같은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첫발이라는 평가입니다.

유통은 좁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리플렉션 AI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올해 안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들이 국내에 지을 데이터센터는 전력용량 250MW 규모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AI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단일 프로젝트에 투입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는 2021년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였습니다. 당시 쓴 돈이 3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이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이보다 3배 이상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이번 투자가 단순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AI 기업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왼쪽부터) 이오아니스 안토노글루 리플렉션AI CTO,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AI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이 참석했다. / 사진=신세계그룹

그간 많은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침체에 대한 답을 온라인에서 찾아왔습니다. 신세계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2019년 그룹 통합 이커머스 SSG닷컴을 출범시켰고 2021년 말에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G마켓을 인수했죠.

하지만 이들 이커머스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SSG닷컴은 출범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한 데다 6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50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G마켓도 2021년 12월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유통업은 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답이 바로 AI였습니다. 아마존처럼

물론 많은 유통기업들이 현재 AI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택한 AI 사업은 단순히 매장, 물류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예 데이터센터까지 갖춘 테크 기업까지 넘보고 있죠.

실제로 정용진 회장이 이번 MOU 자리에서 한 발언을 보면 이런 의지가 드러나는데요. 정 회장은  "AI 없는 미래산업은 생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신세계의 미래 성장 기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를 단순히 유통 사업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축으로 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아마존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클라우드 사업 등을 병행하는 테크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한 상태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은 본업인 유통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연말 쇼핑 시즌에 폭증하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갖춰놓은 대량의 서버가 평상시에는 유휴 상태라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이 여유 자원을 다른 기업에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AWS(아마존웹서비스)가 됐죠.

AWS는 현재 아마존을 떠받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25년 아마존 전체 매출 7169억달러(1084조5000억원) 중 AWS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1287억달러(194조7000억원)로 약 18%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AWS의 이익 기여도는 훨씬 더 큽니다. 지난해 AWS는 456억달러(69조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는데요. 지난해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 800억달러(120조원) 중 무려 57%가 AWS에서 나온 겁니다. AWS의 영업이익률도 높습니다. 지난해 AWS의 영업이익률은 35.4%에 달합니다. 이는 아마존 북미와 해외 이커머스 합산 영업이익률 6%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신세계그룹도 아마존처럼 데이터센터를 통해 유통업 특유의 낮은 마진 구조를 고수익 AI 인프라 사업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세계그룹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AI 클라우드 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특히 최근 AI 확산으로 기업들이 GPU 기반 인프라 확보에 나서면서 클라우드 시장은 다시 고성장 국면에 들어선 상태라는 점도 신세계그룹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장바구니 넘어 데이터센터로

신세계그룹이 미국 정부와 손을 잡게 된 것 역시 기회 요인입니다. 이번에 신세계그룹과 손을 잡은 리플렉션 AI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입니다. MOU 체결식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죠.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미국 정부라는 강력한 우군으로 극복할 여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큰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화성시 테마파크, 스타필드 청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까지 더해지면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내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경. /사진=카카오

운영 경험 부족도 변수로 거론됩니다. 신세계그룹은 물론 파트너인 리플렉션 AI 역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리플렉션 AI는 2024년 2월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실제 인프라 운영 실적은 없다시피 하죠.

국내에 이미 경쟁자들이 많다는 점도 신세계그룹에게는 부담입니다. 네이버(NAVER)는 이미 세종시에 27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장 중이고요. 카카오와 KT 등도 데이터센터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신세계가 이 시장에서 어떻게 차별화하고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신세계그룹 투자의 본질은 전통적인 유통업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가 아닌 '데이터센터'를 다음 전장으로 선택한 정용진 회장의 이번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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