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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바이오 오너, 잇단 경영권 포기 이유

  • 2023.01.31(화) 07:20

휴마시스·오스템임플란트 등 지분·경영권 매각 결정
일부 기업 경영권 방어 위해 '황금낙하산' 조항 마련
자금난 한계 봉착…"투자 유치 내세워 엑시트" 시각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창업자가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수 바이오 기업 오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권 매각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들 오너는 왜 경영권을 포기하는 걸까요. 또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진단기기 개발 기업 휴마시스는 지난 27일 최대주주 차정학 대표 외 3인이 보유한 지분 7.65%(259만3814주)를 아티스트코스메틱에 매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매각가격은 주당 2만5059.6원으로, 27일 휴마시스 종가 1만7440원과 비교하면 약 43.6%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입니다. 휴마시스 측은 "2월 28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아티스트코스메틱이 지정한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해 휴마시스 경영권을 이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도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사모펀드(PEF)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가 함께 설립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는 오는 2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19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25일 발표했습니다. 또 덴티스트리는 20일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보유한 지분 9.3%(144만2421주)를 공개 매수 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매수한 데 이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오스템임플란트 종속법인들 지분 전량도 인수할 예정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개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인공지능(AI) 기반 재활 의료기기 전문 기업 네오펙트 역시 지난 6일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최대주주인 반호영 대표 외 2인이 보유한 지분 10.16%와 경영권을 약 80억원에 넘기는 계약입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헬릭스미스도 지난달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카나리오바이오의 모회사입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대주주로 남게 됐습니다.

이들 기업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은 막대한 비용과 오랜 기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대부분 뚜렷한 수익원이 없어 연구개발(R&D) 비용을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합니다. 외부 투자를 받을수록 오너의 지분율은 떨어지고요. 상당수 국내 바이오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이로 인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에 쉽게 노출됩니다.

일부 바이오 기업 오너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 방어선을 마련했습니다. 에이치엘비, 엔지켐생명과학, 펩트론, 라파스 등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가 발생해 이사진이 임기 중 해임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을 뛰어넘는 규모로 보상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반면 바이오 기업의 잇따른 경영권 매각 사례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보단 자금 수혈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국내외 바이오 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입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면서 지난해부턴 바이오 기업의 존폐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요. 창업주에게 기업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연구자 출신의 바이오 기업 오너는 신약 후보물질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곤 합니다. 자식 같은 기업의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건 자금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일각에선 사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오너가 투자 유치를 앞세워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최근 경영권을 매각한 기업들을 보면 경영 불확실성이 컸던 곳이 많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월 초대형 횡령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고요. 코스닥 입성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낸 네오펙트는 지난해 10월 채무이행자금이 부족해 33억원 규모의 CB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헬릭스미스나 휴마시스 등도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왔습니다.

경영권 매각은 바이오 기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금 확보는 물론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높이고 기업 투명성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이오산업은 신뢰 산업입니다. 경영권을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어날수록 산업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경영권 매각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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