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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이젠 사라질까?

  • 2023.01.26(목) 06:40

FDA "동물실험 없어도 신약 허가"…국내도 '촉각'
"관련 연구 활발해질 것"…실효성·안전성 우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488만252마리.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실험에 쓰인 동물 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실험동물 수는 전년(414만1433마리)보다 약 18% 늘었다. 76만마리 정도였던 2008년과 비교하면 6배가량 급증했다. 세계적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희생된 동물은 연간 5억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대체법을 내놨다. 의약품 허가 시 필수로 거쳐야 했던 동물실험을 다른 실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아직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부족한 만큼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과 가이드라인 마련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물실험 자료 없어도 의약품 허가 가능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동물실험 자료가 없어도 의약품 허가가 가능하도록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했다. 정부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임상 시험의 예시로 △세포 기반 평가법 △조직 칩 및 미세생리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기타 바이오프린팅 등 비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법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법도 개정,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가 절차에도 동물실험 대체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FDA는 지난 80년간 의약품 허가 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위해 동물실험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신약 후보물질 중 90%가 동물실험에 성공하고도 최종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면서 동물실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동물과 사람은 대사·생리·병리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물실험 결과를 인체에서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동물실험 규제 움직임은 미국에 그치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이미 2003년 연구용 영장류 금지 법안을 제정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세계적인 유전자 연구소인 영국 생어연구소 역시 2019년 동물실험 시설을 폐쇄하고 대체법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물실험을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 40여국에 달한다. 국내에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동물실험 대체법 개발 활성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동물실험 두고 시각차 존재…국내 연구도 활발

동물실험 규제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의약품의 독성이나 유해성을 파악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없애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아직 동물시험 대체법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어 향후 몇 년간 동물시험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더욱이 FDA 내 독성학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고 동물의 경우 안락사 이후 모든 장기에서 잠재적 약물 독성 영향을 조사할 수 있어 동물실험이 부분적으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동물실험 축소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동물실험 대체 연구 활성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인간 장기의 구조나 기능을 재현한 장기유사체나 바이오프린팅 기술 등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최근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보다 더욱 근접한 실험 결과를 제공한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여러 전문가가 오가노이드 기술이 개인 맞춤형 종양 모델을 구현해 환자의 약물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 중 오가노이드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으론 티앤알바이오팹이 꼽힌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간 조직 등을 개발 중이다. 유전자치료제 전문 기업 툴젠도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손잡고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메디팹도 동물실험 대체평가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동물실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동물실험 대체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라며 "간이나 장 같은 장기에 있어선 국내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국내 정부도 이에 맞춘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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