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반려동물용 의약품 생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인체용 의약품과 동물용 의약품을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다. 제약업계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지난달 30일 규제심판 회의를 열고 인체의약품 제조회사가 기존 제조시설을 활용해 동물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기존에는 인체용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을 가진 동물용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과 별도로 동물용 제조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인체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동물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제약업계는 불필요한 중복투자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약품 간에 오염 우려가 없는 경우 식품‧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화장품‧위생용품 등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동물용 의약품만 제조시설을 별도로 짓도록 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제조시설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322억 달러(42조원)으로, 연평균 5.4%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동물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제약기업들에 수출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으로 동물의약품 수출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체의약품과 동일한 성분, 동일제조공정을 거쳐 만드는 동물용 의약품을 같은 시설에서 제조할 수 없도록 한 기존 제도는 불합리한 규제였다"면서 "제도가 개선되면 동물용 의약품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해당 비용을 생산시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돼 동물의약품 시장 활성화 등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규제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정부의 의지가 실제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시화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입에 의존해왔던 동물용 의약품을 국산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동물용으로 사용돼 온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용 제품으로 제조, 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수입하는 동물용 의약품 규모는 연간 3800억원으로, 수입해온 동물용 의약품을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게 되고 수출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