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물론 잠정 실적이기는 하지만 지난 3분기에 제시했던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여기에 연간 영업이익도 1조원을 돌파한 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업계 등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3.4% 증가한 25조59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9% 늘어난 1조2137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연간 기준 최대 실적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기업 설명회를 통해 올해 매출액 목표를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앞선 2분기에는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조정하기도 했죠.
LG에너지솔루션이 이처럼 두 차례나 연 매출액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이번에 숫자로 보여줬습니다. 사실 기업이 매출 목표치를 한 해에 두 번이나 상향 조정한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보란 듯이 자신들이 제시한 목표치를 넘어섰습니다.
4분기 실적도 좋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2.3% 증가한 8조5375억원, 영업이익은 213.6% 늘어난 2374억원이었습니다. 다만 전기 대비로는 다소 부진했습니다. 매출액은 11.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4.5% 줄었습니다. 지난 3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데다 △성과급 △ESS 사외 교체 비용 증가분 등 일회성 비용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덕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사업은 배터리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습니다. 그 빛을 보기 시작한 셈입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전기차 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벗어나 전기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파우치 및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전방 산업 활황의 덕을 제대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 공장에 4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6년까지 배터리 생산시설 신·증설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4680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4680배터리는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제품입니다. 미리 선제적으로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글로벌 상위 10개 완성차 업체 중 8개 업체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는 조인트벤처(JV)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GM과의 JV '얼티엄 셀즈(Ultium Cells)'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됐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기차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70만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30년 2억3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 부담입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강세입니다. 글로벌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점유율은 중국의 CATL이 37.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의 BYD도 점유율 13.6%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위에 올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3%로 3위로 밀렸습니다.
앞으로 관건은 LG에너지솔루션이 완성차 업체들과의 JV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더불어 차세대 제품군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점도 숙제입니다. 최근 SK온이 글로벌 자금 시장 악화로 포드와 함께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 법인 설립을 철회키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선제적 투자에 대한 결과로 한동안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배터리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의 성장세에 안주했다가는 자칫 순식간에 밀려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