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자동차에 국한되어 있던 모빌리티 영역을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스마트시티 등으로 넓혀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적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에서 정의선 회장이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고 12일 밝혔다.
모터트렌드는 이날 '2023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 50인을 공개하면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1인으로 정 회장을 꼽았다.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는 모터트렌드 에디터들과 자문위원들의 엄격한 평가와 비공개 투표를 통해 작성되고 순위가 결정된다.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은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다"면서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 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3년 만에 대전환…모빌리티 경계 허물어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구상한 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올라서며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자유로운 이동'에 방점을 둔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머물러서는 급변하는 산업에서 도태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정 회장은 첫 주자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주목,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손 잡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오고 있다. 인천공항부터 잠실까지 25분 만에 도달하는 잠실 마이스(MICE) 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에는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방산·항공장비 기업인 허니웰과 전기 항공택시 개발에 뜻을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을 통해 오는 2028년 미국에서 UAM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 이후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RAM·Regional Air Mobility) 기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로 범위를 확장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M-RAM-AAM으로 비행거리를 늘리면서 확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땅은 자동차 기업, 하늘은 항공사가 담당한다'는 경계를 완전히 허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판버러 에어쇼 현장을 찾아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 프랑스 항공 엔진 기업인 사프란(Safran) 등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1만8000개 이상의 섬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전초기지로 삼아 AAM 사업 완성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밖에도 스마트시티, 수소에너지 솔루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분야에서 모빌리티 영역을 재정의하고 있다.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데이터, 기술 및 소프트웨어 공학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모빌리티 솔루션을 아우르는 스마트시티까지 망라돼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기차 완성도 높이고 소비자 선택 폭 넓혀
이번에 정 회장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데는 차별화된 전기차 판매 전략도 주효했다. 모터트렌드는 "테슬라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시작했다면 현대차는 다양한 모델과 스타일, 가격대를 갖춘 멋진 전기차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선진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해 상반기 판매순위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판매에 힘입어 전체 자동차 점유율로 미국에서 처음 1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코나EV, GV80 전동화모델, 니로EV 등을 판매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추후 미국 내 전기차 리스 비중을 현 5%에서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모터트렌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시설을 설립해 더욱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한편, 주행거리 확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현대차그룹 아이오닉5와 EV6는 지난해 각각 '2022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 WCOTY)', '2022 유럽 올해의 차(Europe Car of the Year, ECOTY)'를 수상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18조 원을 투입해 전 차종의 소프트웨어 등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