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판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최근 구미 4공장에 FC-BGA 신규 생산라인 설비를 반입하며 하반기 제품 양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올 4분기에는 기판소재사업부 실적에 성과가 반영되기 시작, 광학솔루션 사업에 편중돼 있는 사업구조 개선도 기대된다.
구미4공장에 신규 라인 장비 반입
LG이노텍은 최근 경상북도 구미시 FC-BGA 신공장에서 설비 반입 행사를 열고 기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30일 밝혔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PC, 서버, 네트워크 등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인다.
FC-BGA는 비대면 확산과 반도체 성능 향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후지 키메라 종합 연구소는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 규모가 지난해 80억달러(한화 9조88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64억달러(한화 20조2540억원)로 연평균 9%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이노텍은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지난 2021년 FC-BGA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이후 작년 2월 이사회를 통해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하며 FC-BGA 사업 투자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연면적 약 23만㎡에 달하는 구미 4공장을 인수해 FC-BGA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돌입했다. 이번 설비 반입으로 신공장 구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올 상반기까지 신공장의 양산 체제를 갖춰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LG이노텍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여도 "글로벌 1위 하겠다"
정 사장이 후발주자임에도 '글로벌 1등'을 외치는 자신감의 바탕에는 약 50년간 축적해온 기판 노하우가 있다. LG이노텍은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기판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도 선두다.
LG이노텍은 여기서 축적한 초미세회로,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여러 개의 기판층을 정확하고 고르게 쌓음) 기술, 코어리스 (반도체 기판의 코어층 제거)기술 등을 FC-BGA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구미2공장의 파일럿 생산라인에서 네트워크 및 모뎀용 FC-BGA 기판과 디지털TV용 FC-BGA 기판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글로벌 고객사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2월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통상 본격 제품 양산까지 2~3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과라는 평가다.
여기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기존 글로벌 기판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도 주효했다는 게 LG이노텍 측 설명이다. FC-BGA 기판은 반도체 기판의 일종으로 RF-SiP용 기판, AiP용 기판 고객사와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사와의 신규 거래인만큼 향후 수주 활동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측은 "통신·반도체·가전 분야의 장기간 파트너십을 통해 쌓아온 기존 고객사와의 신뢰가 양산 시점 단축에 크게 기여했다"며 "기존 구미2공장의 파일럿 생산라인을 활용한 신속한 양산 대응, 철저한 공급망 관리, 주요 설비의 빠른 입고 등 양산을 위한 LG이노텍의 전방위 노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업구조 안정화 기대감
LG이노텍은 FC-BGA 신공장 구축과 첫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열린 'CES 2023'에서 고객사 및 관람객을 대상으로 FC-BGA 기판 신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FC-BGA 기판 사업이 활성화되면 LG이노텍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LG이노텍의 주력 사업은 카메라 모듈이다.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다. 사업 편중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비해 기판소재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전체 매출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판소재사업부의 연간 매출은 1조6938억원으로 연간 전체 매출(19조5894억원)의 8.6% 수준이었다. 작년 2분기 전체 매출의 12.2%를 차지하며 비중을 높이는 듯했지만, 하반기 IT 전방 수요 부진으로 매출이 줄며 비중도 6%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FC-BGA가 본격 양산되는 올 하반기부터 기판소재사업부에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이미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 데다, 기존 제품 생산 노하우가 있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 관계가 구축된 기존 고객사를 바탕으로 수주 확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FC-BGA 신사업 성과 반영에 따른 기판소재사업의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