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지난해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부채비율도 줄이면서 투자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부진에 빠진 탓에 연결 기준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케미칼은 앞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친환경 회사로 거듭난다
9일 SK케미칼은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2561억원, 영업이익 1075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4.9%, 30.6%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305억원으로 전년보다 58.5% 감소했다.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1년(4742억원) 대비 75.7% 줄어든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부진에 빠진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백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별도 기준 매출 2884억원, 영업이익은 254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그린케미칼 부문이 전년동기 대비 약 22.3% 늘어난 2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 매출은 1856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3.9%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재활용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덕을 봤다.
SK케미칼은 지난해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그린소재 사업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그린소재 사업의 핵심으로 코폴리에스터를 선택하고 생산력 확보에 나섰다. 코폴리에스터는 Bisphenol 유도체(BPA 등)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말한다.
이 회사는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4월부터 코폴리에스터 생산의 핵심 원료인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의 생산 능력을 25% 늘리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 확산에 발맞춰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SK케미칼에 따르면 2050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전체의 60%인 약 6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동 SK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을 위한 원료 확보를 위해 여러 옵션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2025년 코폴리에스터 생산량의 50%를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제작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제약 사업을 하는 라이프 사이언스 부문은 4분기 매출 799억원, 영업이익은 65억원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제품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도입한 제품이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판관비 증가 및 일부 품목 약가 인하로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부채 비율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 회사의 부채 비율은 2020년 97%, 2021년 72%에 이어 지난해 62%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용등급도 A+ 수준까지 올랐다.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SK케미칼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회사채 발행도 나섰다. 모집금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지난 2018년 발행한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4월 66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달 말 만기인 5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갚는 데도 사용될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SK케미칼의 부채비율은 62%정도까지 떨어졌다"며 "올해부터 적극적인 투자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