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에서 화학·바이오 사업을 벌이는 '작은'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가 계열사인 SK케미칼의 일부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공개매수 가격이 회사 자산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게 측정됐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웃돈을 받고 주식을 팔려는 주주가 공개매수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자회사로 두게 되면서, 두 회사의 재무제표를 하나로 연결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공개매수 흥행 성공
23일 SK디스커버리는 이달 2일부터 20일간 진행했던 SK케미칼 공개매수 결과, 91만9118주(5.22%)를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10만8800원으로, 총 1000억원어치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계획된 물량(91만9118주)보다 많은 144만5890주가 응모했다. 공개매수 가격(10만8800원)은 공개매수 결의일인 지난 1일 종가(9만4600원)보다 15%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는데, 일부 주주들은 '프리미엄'을 받고 주식을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가격이 헐값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다자산운용은 공개매수 적정가격은 15만원이라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18%의 시장가치가 5조원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SK케미칼 측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를 기준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책정했으나,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이 보유한 알짜 자회사 등을 포함되는 자산가치로 공개매수가격을 재평가해야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SK케미칼이 제시한 가격에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이번 공개매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000억 투입하는 '자회사 편입 효과'
이번 공개매수로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케미칼 지분은 34.83%에서 40.05%로 늘어나게 됐다.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 임원까지 포함하면 지분은 41.77%까지 늘어난다.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지분 공개매수에 투입한 현금은 1000억원이다.
SK디스커버리는 이번 공개매수의 목적에 대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강화 △연결 자회사로 편입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이중 자회사 편입은 SK디스커버리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지난 6월 기준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관계기업은 지분법 회계가 적용된다. 올 상반기 SK케미칼은 당기순이익 1061억원을 기록했는데, SK디스커버리는 이중에서 SK케미칼 보유 지분(36.56%) 만큼인 377억원을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SK케미칼의 실적이 온전히 SK디스커버리에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공개매수 이후 SK케미칼이 자회사로 편입되면 '셈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을 자회사로 두면, 두 회사의 재무제표는 하나로 연결된다. SK케미칼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모두 SK케미칼 실적에 더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기준 SK디스커버리(매출 4조3511억원, 영업이익 1469억원)에 SK케미칼(매출 9194억원, 영업이익 1359억원) 실적을 연결해보면, SK디스커버리의 매출은 5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은 2800억원대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