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가 근간 사업인 선박을 떼어내고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HLB는 오는 5월 19일 선박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분할 신설회사 '에이치엘비이엔지'를 설립한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HLB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분할 신설회사인 HLB ENG의 발행주식은 모두 분할회사인 HLB에 배정된다. 이 영향으로 20일 HLB의 종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HLB는 지난 1975년 현대그룹 자회사인 경일요트로 시작해 고급요트를 비롯한 관공선, 어선, 어업지도선, 구명정 등 선박 사업으로 시작했다. 진양곤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구명정 사업을 키웠다. 그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구명정 제조, 요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정해둔 건 아니었다. 진 회장은 지난 2008년 3월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쎌을 통해 에이치엘비의 모태인 현대라이프보트를 인수했다. 이어 현대라이프보트가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이노GDN'의 전환사채(CB)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노GDN'은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LSKB)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LSKB는 HLB의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인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성분명 리보세라닙)'을 개발한 회사다. 당시 '리보세라닙'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검토한 진 회장은 M&A를 통해 생소한 바이오 사업에 신속하게 진출했다.
진 회장은 하이쎌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LSKB 지분에 투자했다. 이후 진 회장은 미국에 100% 자회사인 HLB USA를 설립하고 HLB USA를 통해 LSKB의 지분 100%를 인수, HLB USA의 사명을 '엘레바'로 변경했다. 또 엘레바 지분과 모회사인 HLB의 신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삼각합병했다.
현재 회사 매출구조는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약 개발만 하는 바이오텍들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HLB는 M&A를 통해 수익과 R&D 투자의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HLB의 매출 대부분은 지난해 1월 인수한 체외진단 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HLB의 매출은 1760억원 중 1000억원 이상이 에프에이의 매출로, 코로나 진단키트가 주력 품목이다. 특히 2021년 1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3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바이오 사업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HLB는 지난 1일 중국에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 중국의 항서제약으로부터 로열티를 수령했다. 또 스웨덴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아필리아'의 유럽 판매를 개시했다. 아필리아는 난소암 치료제인 파클리탁셀의 3세대 개량신약이다.
HLB는 물적분할을 통해 각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라 코로나 외 다른 감염병 항원 진단키트와 임신, 여성 질환 관련 진단키트 개발에 나선다. 바이오 사업부문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리보세라닙'을 위암, 선낭암 등에 대한 글로벌 신약허가신청(NDA)를 준비하고 있다. 선박사업 역시 조선업의 수주 호황기에 돌입하면서 독립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LB 관계자는 "기업 분할을 통해 경영위험을 분산하고 각사의 경쟁력을 제고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증대할 것"이라며 "분할신설회사는 비상장을 유지해 주주가치 희석을 차단하고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경영 자원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