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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위가 내놓은 물적분할 주주보호 시작부터 '삐걱'

  • 2023.03.24(금) 06:10

DB하이텍 등 일부 상장사 3월주총서 물적분할 처리
올해 초 주식 매수한 주주 매수청구권-의결권 불일치
금융위 제도 개선 시행과정서 '허점'... 보완책 나와야

금융위원회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와 일반주주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한 '물적분할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방안이 시작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최근 DB하이텍, HLB를 포함한 다수의 상장사가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반대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제도의 허점으로 일부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과 의결권을 못받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물적분할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했지만..

투자회사의 중요 결정에 반대하는 표현수단인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분할합병, 영업양수도, 포괄적주식교환·이전 등에만 주어졌다. 물적분할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당했다는 논란이 강하게 나왔고, 이에 금융위원회는 주주보호방안의 일환으로 물적분할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이후 시행령 개정안이 작년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물적분할에도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시행중이다. 작년 12월 27일 이후 이사회 결의로 물적분할을 발표한 기업이 대상이다.

문제는 제도시행 이후 물적분할을 발표한 회사들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다루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자본시장법(제165조의5)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의 기준은 이사회결의 내용을 공시하기 전 주식을 취득한 주주(결제일 기준으론 이사회결의 공시 다음날)가 대상이다. 합병이나 물적분할은 모두 이사회 결의로 결정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은 이사회 결의 자체에 반대하는 의사표현이므로 당연히 이 기준을 적용해야한다. 

하지만 물적분할 안건을 3월 정기주총에서 다룰 예정인 상장사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주의 기준을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 즉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회사 주식을 매수한 주주로 범위를 좁혔다. 정기주총에 다룰 다른 안건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3월 물적분할 발표한 DB하이텍, 주주기준은 작년말

지난해 물적분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한 뒤 이달 7일 다시 물적분할(반도체 설계사업을 떼어내 가칭 DB팹리스 설립)을 발표한 DB하이텍이 대표적이다. 

DB하이텍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반영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부여 대상(주주확정기준일)은 원칙적으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주식을 매수한 주주로 정했다.

자본시장법은 물론 금융위의 제도 개선 취지대로라면 DB하이텍은 3월 7일 이사회에서 물적분할을 결의한 후 이를 공시했으므로 3월 8일까지 DB하이텍 주식계약을 체결한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줘야 한다. 

단서조항으로 이사회 결의 공시 이전에 취득했다는 증명을 하면 매수청구가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여전히 작년말 이후부터 물적분할을 결정한 이사회결의 사이에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총전 반대의사 표시 주총  주총이후 청구권 행사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청구권 보유자와 의결권 보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DB하이텍이 물적분할 안건을 3월 정기주총에 올리면서 주주확정기준일이 지난해 12월 31일로 정해졌고, 결과적으로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 8일까지 DB하이텍 주식매수 계약을 한 주주들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DB하이텍이 물적분할 이사회 결의 후 정기주총이 아닌 추후 임시주총을 열어 안건을 올렸다면 1월부터 3월 8일까지 DB하이텍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및 의결권 행사 모두 가능하다. 

DB하이텍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주식매수가격이 1500억원(보통주 1주당 4만6480원)을 초과하면 물적분할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 총발행주식(자사주 제외)에서 7.4%(322만7194주)의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가능하다. 

즉 주식매수청구권은 단지 회사에 주식을 되파는 행위에 그치는게 아니라 주주가 회사에 의사표현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봐야한다. 현재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22일 DB하이텍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금융위 제도 고쳤지만, 시행과정서 드러난 '허점'

DB하이텍뿐만이 아니다. 최근 물적분할을 발표한 HLB, 인터로조, 모베이스전자 등도 3월 정기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다루면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금융위원회도 최근 제도 개선 취지에 맞게 이사회결의 시점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줘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DB하이텍을 포함한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기준을 변경하거나, 물적분할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에서 제외하고 향후 임시주총에서 다루지 않는 이상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HLB, 홈캐스트는 최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주주 기준을 일부 변경한다는 내용의 정정공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역시 미봉책이다. 여전히 작년말 이후부터 물적분할을 결정한 이사회결의 사이에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가능하되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법상 주주확정기준일은 주주총회(임시주주총회 포함)를 위한 기준일을 설정하는 것이지 물적분할을 위한 기준일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법적으로 DB하이텍이 주주확정기준일을 지난해 12월 31일로 잡은 것(정기주총에 물적분할 안건을 올렸기 때문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주주확정기준일이 먼저 정해지고 이후 이사회에서 물적분할 결의를 함으로써 사전에 이를 몰랐던 일부 주주들은 반대의사 통지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아쉬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상장회사가 물적분할을 결정한 후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다룬다면 언제든 반복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다.

결국 물적분할에 따른 일반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금융위가 의욕적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치면서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시행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지않았던 과거에는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다뤄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물적분할때 주식매수청구권을 줘야하므로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다루면 늘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제도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물적분할은 임시주총에서만 다루거나, 물적분할 결정을 정기주총 의결권 기준일(12월31일)이전에만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보호라는 명분으로 금융위가 제도를 개선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결국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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