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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물적분할 재도전 DB하이텍의 속사정

  • 2023.03.10(금) 06:30

29일 주총에 브랜드사업부 분사 안건 내걸어
소액주주연대 반대 움직임,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은?

/그래픽=비즈워치

DB하이텍이 작년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물적분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이달 29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브랜드사업부의 물적분할을 내건 것인데요. 소액주주들은 다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분할안 통과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반년 만에 물적분할 재도전

DB하이텍은 현재 두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공장이 없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를 위해 제품을 생산해주는 반도체 수탁생산, 즉 파운드리가 주력 사업이고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시스템반도체를 설계, 판매하는 팹리스는 브랜드사업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과 팹리스 사업의 비중은 약 80%,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죠.

이번 물적분할은 브랜드사업부를 신설법인 'DB팹리스(가칭)'로 분사하는 것입니다. 물적분할로 회사를 떼어내면 DB팹리스의 지분 100%는 DB하이텍이 보유하게 됩니다. 기존 DB하이텍의 주주들은 DB하이텍을 통해 DB팹리스를 간접 보유하게 되는 것이죠. 신설법인에서도 주주 구성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인적분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DB하이텍은 분사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한 배경에 대해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돼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설명합니다. 주주들에게 단기적인 가치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되죠.

/그래픽=비즈워치

약점 극복해 사업 전문성 강화

특히 DB하이텍은 분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브랜드사업부는 기술적 한계가 크지 않은 제품만을 생산하며 성장에 제한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파운드리 업계의 특성 때문인데요. 파운드리 업체는 팹리스로부터 반도체 설계를 위탁받아 생산합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업체가 팹리스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면 순수 팹리스 업체들은 기술 유출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겠죠. 결국 DB하이텍은 기술 유출 우려가 없을 정도의 제품 설계로 팹리스 사업 범위를 한정했고요.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고객사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를 안고 있어야 했습니다.

분사를 계기로 DB하이텍은 고객사 확장의 가능성을 열 수 있게 됐고요. DB팹리스는 DB하이텍에서 분사해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전문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DB팹리스는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DB하이텍은 분사 이후 DB팹리스를 '미디어텍'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는데요. 황규철 DB 팹리스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미디어텍은 1990년대 전세계 파운드리 3위 업체인 대만의 UMC에서 분사됐습니다. 설계사업을 떼어낸 UMC는 본업인 파운드리에 집중, 규모를 10배 이상 늘려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고요. 작은 팹리스 회사로 시작한 미디어텍은 현재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디어텍의 출하량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35%로 퀄컴(31%)과 애플(16%)을 앞섰죠. DB팹리스가 분할 이후 제2의 미디어텍을 노리는 이유입니다.

소액주주 반대 움직임

하지만 분할 과정은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DB하이텍은 작년 9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분사작업 검토를 중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소액 주주 비중은 75.15%에 달합니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중요한 이유죠. 

그래서 올해 DB하이텍은 물적분할에 재도전하며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입니다. 신설법인 분할 이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죠. 이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맹점도 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동의를 얻도록 한 것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상장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거죠.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곧바로 물적분할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는데요.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매각은 분할 없이 사업부 매각의 형태로도 가능하기에 상장 외에는 분할의 이유가 없다"며 "현 조건으로는 주주 입장에서 찬성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5년'이라는 기간 설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프리 IPO를 통해 투자자에게 상장을 약속하는 행위는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사업가치가 자회사 지분가치로 전환돼 주주가치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며 "5년 이내 상장할 수 없다는 문구에서 5년 제한 문구를 삭제할 경우 물적분할에 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소액주주연대는 8.34%의 지분을 지닌 국민연금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게 목표인데요. 국민연금을 포함해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죠. 소액주주연대는 "국민연금에 물적분할 반대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반드시 설득할 예정"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간 국민연금은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점을 우려해 물적분할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10월 LG화학, 2021년 9월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졌던 전례가 있죠. 

다만 국민연금이 물적분할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포스코의 물적분할에는 찬성 의견을 냈었죠. 포스코가 분할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해 주주 가치 증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는데요. DB하이텍과 비슷한 상황이죠. 오는 29일 열리는 DB하이텍의 주총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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