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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막아라…'꼼수'로 방어하는 상장사

  • 2023.03.31(금) 14:00

BYC, 주주제안 감사위원 선임 방어용 정관변경
DB하이텍, 통상적 순서와 다르게 주총 진행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다. 최근 BYC와 DB하이텍에는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연대가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 선임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그러나 회사는 이러한 주주제안을 주총안건 순서 조정이란 '꼼수'로 봉쇄하고 있다. BYC는 주주가 제안하려한 기타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막기위해 사외이사만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을 먼저 올려서 통과시켰다. 이러면 감사위원 선임 방법이 최대주주에 훨씬 유리해진다.

DB하이텍은 보통결의를 특별결의보다 먼저 위치시키며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주주총회 순서와 다르게 진행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최대주주에 불리한 '통합 3%룰' 원천 차단한 BYC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BYC는 제6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이 가결됐다고 공시했다. 정관변경은 회사(이사회)가 올린 것이다.  주주제안 감사위원 선임을 방어하기 위한 안건이다.

제68기 BYC 정기주주총회 안건/그래픽=비즈워치

그간 트러스톤운용은 BYC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부당내부거래 의혹 해소와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경영진에 요구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임을 제안했다.

당초 트러스톤은 이번 주총에서 김광중 감사위원 후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리려고 했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모든 주주에게 '개별 3%룰'을 적용하지만, 기타비상무이사처럼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산한 '통합 3%룰'을 적용한다.

현재 BYC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은 63.1%인데 특수관계자들이 여러명으로 분산되어 있어 '개별 3%룰'을 적용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의결권을 최대 30%까지 인정받는다. 반면 '통합 3%룰'을 적용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의결권 60.1%가 사라지고 단 3%만 행사할 수 있다.

BYC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22.4%로 트러스톤운용이 감사위원 선임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3%와 합하면 25% 가량이다. 감사위원의 지위가 사외이사이냐, 기타비상무이사이냐에 따라 표 대결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최대주주 측은 개별3%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트러스톤운용과 소액주주에겐 통합3%룰이 유리하다. 

이 상황에서 BYC 측은 감사선임 안건 이전에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다.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가 감사위원이 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트러스톤운용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제안했으나 결국 '개별 3%룰'을 적용한 표 대결에서 밀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소수주주를 무시하는 회사의 꼼수로 감사위원이라는 내부 감시자를 통한 견제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다만 회사 외부에서 법이 보장한 소수주주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감시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 순서와 다르게 주총 진행한 DB하이텍

지난 29일 DB하이텍은 제70기 정기주주총회 결과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이번 DB하이텍 정기주총에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한승엽 감사위원 선임 △보통주 1주당 2417원, 우선주 1주당 2467원 배당 3가지였다.

제70기 DB하이텍 정기주주총회 안건/그래픽=비즈워치

정기주총 안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물적분할 모회사 기업공개(IPO) 결의 안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 뒤에 위치한 점이다. 통상 주총에서는 특별결의 안건을 먼저 다루고 이후에 보통결의 안건을 결의한다. 그러나 DB하이텍은 특별결의 안건인 정관변경 의안을 보통결의 안건인 이사 선임안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측은 주주제안 안건 가결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먼저 통과하면 감사 선임 표 대결에서 사측이 불리해질 수 있어, 순서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에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이사 2명을 뽑는다면 1주를 가진 주주는 2표를 받고 1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DB하이텍 정기주총에서 한 소액주주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왜 제6안으로 미룬 건지 모르겠다"며 "일부러 뒤로 넘겨서 날치기 통과하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먼저 안건으로 올려서 진행하고 가결했더라도 이사선임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주총일 6주전 회사에 집중투표를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상적인 순서와 다르게 안건을 배치한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주총진행을 위해 특별결의 순서를 뒤로 미룬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관례대로라면 특별결의를 다루고 일반결의를 다루는게 일반적이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적분할 이슈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가득한 상태에서 일반적인 순서로 진행하면 주총 진행이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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