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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진단]⑤바이오텍 1세대 제넥신, 적자 언제 벗어날까

  • 2023.03.14(화) 10:34

원천기술 보유했지만, 신약 성과는 저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후 상용화에 주력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 추천 제도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그러나 상장 당시 제시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많지 않다. 바이오 기업이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황된 목표치를 강조한 뒤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상장 제도 도입 18년째를 맞아 1세대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제넥신은 1999년 설립한 국내 1세대 바이오텍이다. 약효의 지속성을 늘려주는 원천기술과 유전자 치료 백신 제조 기술을 앞세워 지난 2020년 시가총액 3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회사의 시총은 약 55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창업 24년 차에 접어들도록 신약 상업화 성과는 전무한 상황이다. 회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약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제넥신은 면역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성영철 전 회장이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성 전 회장은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를 거쳤다. 그는 '제넥신=성영철'이라는 공식을 성립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회사를 이끌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차세대 항체융합단백질(hyFc) 기술과 유전자 치료 백신 제조 기술이다. hyFc 기술은 단백질이 몸속에서 오랜 기간 지속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를 여러 신약 후보물질에 적용하면 생체 내 반감기와 생물학적 활성이 증가,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유전자 치료 백신 분야의 경우 자체 개발 유전자로 강력한 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해 항암 효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제넥신은 해당 기술 기반으로 기술보증기금과 생명공학연구원의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지난 2009년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회사는 hyFc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6종, 유전자 치료 백신 후보물질 4종 등을 보유 중이었다.

제넥신 실적 및 연구개발 투자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상장 시 회사는 단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에 주력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및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내는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상장 연도 기준 제넥신은 2010년 50억원, 2011년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 회사의 별도 기준 매출은 각각 11억원, 27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2010년 18억원, 2011년 71억원 수준이었다. 회사는 지속형 성장호르몬 3종(GX-H9·GX-G6·GX-G3)을 해외 관계사 아이맵에 기술이전하면서 2015년 상장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후 뚜렷한 신약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영업적자를 지속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DNA 기반의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3월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제넥신의 매출은 136억원, 영업손실은 206억원이었다.

제넥신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회사는 파이프라인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성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닐 워마 사외이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어 지난 1월 이사회에서 홍성준 부사장(CFO)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닐 워마, 홍성준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제넥신이 선정한 핵심 파이프라인은 △장기 지속형 성장 호르몬 치료제 후보물질 'GX-H9' △빈혈치료제 후보물질 'GX-E4'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X-I7' △자궁경부암 치료제 후보물질 'GX-188E'이다.

이중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GX-H9와 GX-E4다. GX-H9은 1세대 호르몬 치료제보다 투여 간격을 줄이고 키 성장 효능을 높인 2세대 지속형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GX-E4의 경우 생체 내 존재하는 항체를 기반으로 개발해 세포 독성을 없앤 빈혈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임상3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

제넥신 측은 "GX-H9는 중국 판권을 이전한 아이맵을 통해 3상이 끝난 뒤 중국 인허가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고 GX-E4는 KGBIO를 통해 3상 완료 후 인도네시아 인허가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GX-188E 역시 1~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인간유두종 바이러스(HPV) 16 또는 18형에 감염돼 발병하는 자궁경부암을 치료하는 면역치료 DNA 백신으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자궁경부전암을 대상으로 한 단독요법 임상의 경우 지난해 12월 임상2상을 마치고 다국가 임상3상 진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할 계획이다. 면역세포(T세포)의 수를 늘리는 물질 인터루킨-7(IL-7)에 원천기술을 접목한 면역항암제 GX-I7의 임상도 순항 중이다. 제넥신 측은 "현재 삼중음성유방암(TNBC)을 적응증으로 한 GX-I7의 임상2상 종료를 앞뒀다"고 했다.

제넥신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09년 상장 뒤에도 줄곧 영업적자를 지속 중이다. 신약 개발에 통상 10여 년이 소요되는데 제넥신은 24년 여간 R&D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기술이전에서 나아가 이제는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신약의 상업화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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