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바이오진단]②코로나 타고 '급성장' 바이오니아

  • 2023.02.22(수) 08:07

적자터널서 진단키트로 '반짝' 흑자전환
코로나 효과 끝…유전자 신약 성과내야

/그래픽=비즈워치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 추천 제도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그러나 상장 당시 제시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많지 않다. 바이오 기업이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황된 목표치를 강조한 뒤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상장 제도 도입 18년째를 맞아 1세대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바이오니아는 지난 2005년 헬릭스미스와 나란히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1세대 바이오 기업이다. 그러나 두 기업이 걸어온 길은 정반대다. 상장 이후 17년째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헬릭스미스와 달리,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기술성장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한국거래소 코스닥 소속부가 승격됐다.

우량기업부는 기업규모와 재무 상태, 경영 성과 등을 평가해 4개로 분류한 소속부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다. 코로나19 기간 진단키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덕분이다. 바이오니아에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진단키트 등을 통해 확보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바이오니아는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스핀오프돼 만들어진 연구소 1호 기업이다. 서울대 화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박한오 대표이사가 창업했다. 설립 당시 회사가 내세운 경쟁력은 합성 유전자 기술이다. 합성 유전자 기술은 유전자 합성을 통해 새로운 인공 유전자를 만드는 기술로, 신약 개발은 물론 진단시약 제조 등을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바이오니아 상장당시 추정매출. /그래픽=비즈워치

상장 당시 바이오니아는 자체 보유 기술로 유전자 분석 장비, 진단키트, 진단시약을 개발해 판매하는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유전자 기반 신약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향후 2개년의 추정 실적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인 본질가치 평가법으로 상장 시점의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2004년 별도 기준 9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회사는 2005년과 2006년 각각 120억원과 246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회사는 2005년에 매출 100억원, 116억원을 기록하면서 추정 실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또 연구용 유전자 진단키트와 진시약 등을 통해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매년 연매출의 3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면서 2010년부터 영업적자를 지속해왔다. 2019년 별도 기준 바이오니아의 매출은 223억원, 영업손실은 140억원이었다.

바이오니아 실적 및 연구개발비. /그래픽=비즈워치

바이오니아가 영업적자에서 벗어난 건 코로나19를 겪으면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3월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관련 진단키트의 수출용 허가를 획득, 해외 공급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진단하는 동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별도 기준 매출은 1582억원으로, 전년보다 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5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코로나 효과로 반짝 흑자전환했던 실적은 코로나19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악화하는 추세다. 2021년 별도 기준 매출은 1273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별도 기준 매출은 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영업손익도 5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6억원, 204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적의 70% 이상이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의 건강기능식품 사업에서 나온 만큼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오니아 주요 파이프라인. /그래픽=비즈워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회사가 유전자 기반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리보핵산간섭(RNAi) 기반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SRN-001' △RNAi 기반 탈모 기능성 화장 '코스메르나'다. RNAi는 여러 RNA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이다. 바이오니아는 RNAi 물질을 생체 내 질병 표적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형 전달체 'SAMiRNA'를 보유 중이다. 기존 RNAi의 치료제와 달리 선천면역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RN-001는 현재 전임상을 마친 상태다. 설치류,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임상1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임상 일정이 지연됐다. 바이오니아 측은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몇 가지 검토 및 결정할 사항이 남아 있어 추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 만성신장질환이나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도 SRN-001를 개발하고, SAMiRNA 기술이전을 위한 미팅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코스메르나의 경우 올 상반기 유럽 시장 진출이 목표다. 당초 국내 상용화를 우선순위에 뒀으나, 식약처가 코스메르나를 화장품이 아닌 치료제로 개발하라고 권고하면서 유럽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화장품 출시를 위해 필요한 유럽 화장품 인증 포털(CPNP), 영국 화장품 인증 포털(SCPN) 등록을 마친 데 이어 최근 코스메르나 영업 전담팀도 신설했다.

회사 측은 "코스메르나의 유럽 시장 판매를 위한 원료 대용량 생산 설비를 선제적으로 구축했고 연내로 월 10kg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오프라인은 B2B, 온라인은 B2C 방식을 통해 공격적인 유통·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