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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진단]③바이오텍 최초 신약 허가받았던 '크리스탈지노믹스'

  • 2023.02.28(화) 15:37

국산 신약 22호 탄생시켰지만 수익성은 '글쎄'
2018년 제외 적자 지속…올해 신약 임상 속도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 추천 제도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그러나 상장 당시 제시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많지 않다. 바이오 기업이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황된 목표치를 강조한 뒤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상장 제도 도입 18년째를 맞아 1세대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00년 설립해 2006년 상장한 1세대 바이오벤처다. 국내 바이오벤처 최초로 국내 신약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주목받았다.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성분명: 폴마콕시브)'가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아셀렉스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가 낙점한 새로운 성장동력은 항암제다. 올해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을 한창 진행 중이다.

창업자 조중명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동물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휴스턴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럭키(현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미국 바이오텍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바이오텍연구소에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생제 '팩티브'(성분명: 제미플록사신)의 개발과 허가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내세우는 주력 기술은 질환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 몸속 세포나 효소는 단백질로 이뤄졌는데, 특정 단백질이 발현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발현하면 질환이 생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원천 기술은 질환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고 단백질 기능을 조절 또는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도록 돕는다. 해당 기술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상장 당시 추정 매출. /그래픽=비즈워치

상장 당시 회사는 단백질 구조기반 신약발굴 기술을 활용해 신개념 항생제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모두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로 3년 뒤부터 기술수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연구 용역, 임상시험 대행 서비스 등을 진행해 2009년 181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일 것으로 봤다. 이렇게 추정한 순이익에 연 할인율 25%을 적용한 뒤 유사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이후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09년 별도 기준 매출 56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또 신약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면서 영업 적자를 지속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은 뚝심은 상장 10년만에 결실을 봤다. 회사는 201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로부터 자체 개발한 아셀렉스를 국산 신약 22호로 허가받았다. 아셀렉스는 골관절염의 증상이나 징후를 완화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최근 4년간 실적 및 연구개발 투자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아셀렉스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해 처음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신약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경쟁 약물로 꼽히는 화이자의 '쎄레브렉스'(성분명: 세레콕시브)보다 적응증 범위가 좁은 데다 여러 제네릭(복제의약품)이 쏟아지면서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건 2018년이다. 지난 2016년 미국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급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을 약 3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데 이어 2018년 추가로 중국 판권까지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었다.

다만 2018년 이후 별다른 연구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019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2021년 별도 기준 회사의 매출은 63억원, 영업손실은 106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역시 별도 기준 매출 44억원,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으로 보면 매출 218억원을 달성했지만 매출의 34%가량이 핫팩 사업에서 나온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보여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 개발 신약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CG-745)'에 힘을 쏟고 있다. 암 성장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하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HDAC)의 작용을 억제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원리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희귀 혈액암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췌장암을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다. 췌장암 임상의 경우 국내 임상2상을 마쳤고,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임상은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간암을 적응증으로 아이발티노스타트와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CG-745와 관련해 "국내 췌장암 임상3상은 당장 계획이 없고 우선 미국에서 진행 중인 췌장암 임상1b/2상 결과를 보면서 향후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면역항암제 병용 간암 임상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와 최초 병용인 만큼 적응증과 병용 약물은 다르지만, 이 역시 췌장암 임상1b상 결과를 확보한 뒤 세부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회사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국내 상용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캄렐리주맙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단백질(PD-1)을 조절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항서제약에 따르면 캄렐리주맙은 올해 19억4400만달러(약 2조4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에서 폐암, 간암, 위암 등 모든 암종 대상으로 캄렐리주맙 단독 혹은 병용요법 대한 임상 개발 및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해 캄렐리주맙과 항암제 '페메트렉시드', '카보플라틴'의 병용요법 가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가교 임상은 해외에서 허가된 약물을 국내에서도 승인받기 위해 진행하는 임상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민족적 감수성에 차이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회사 측은 "캄렐리주맙은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에서 키트루다, 옵디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난해 국내 면역관문억제제 시장 규모(급여 및 비급여 포함)가 5000억원 정도인데, 캄렐리주맙은 20% 이상의 시장점유율(약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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