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 광물개발 기업들과의 음극재 개발 협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미국 우르빅스(Urbix)와 손잡은데 이어 이번에도 미국 광물개발 업체와 협력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음극재 공급망을 기존 중국에서 미국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서다.
SK온은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Westwater Resources)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SK온과 웨스트워터는 SK온 배터리에 특화된 친환경 고성능 음극재를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협업 기간은 3년이다.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 중인 배터리에 적용하고, 함께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SK온은 웨스트워터로부터 음극재를 공급받아 미국 내 SK온 배터리 공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1977년에 설립된 웨스트워터는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 기업이다. 초기 우라늄 관련 사업을 펼쳤으나 지난 2018년 흑연 업체를 인수한 뒤 배터리용 음극재 개발 기업으로 변신했다.
웨스트워터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1만7000㏊에 이르는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현재 광산 근처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흑연 정제 공장을 짓고 있다. 연산 7500톤 규모의 이 공장은 올해 말 시운전을 거쳐 오는 2024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배터리의 수명,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한다. 현재 원소재로는 주로 흑연이 쓰이고 있다.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하반기에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발표한 IRA도 SK온이 음극재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IRA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는 미국이나 미국 우방국의 원료를 이용·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에 치중돼있는 음극재 공급망을 미국이나 호주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온이 최근 잇따라 미국 광물 개발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업체들이 생산한 음극재를 사용해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IRA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희영 SK온 선행연구담당은 “현지 공급망을 강화해 IRA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지 유력 원소재 기업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