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지하철,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지난 3월 서울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행동하는 당신이 미래를 연대'라는 문구와 함께 HD현대 로고가 들어간 옥외 광고였죠.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연세대학교의 약칭 '연대'를 활용해서 그런지 그 문구가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옥외 광고만 눈에 띄었던 건 아닙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기사를 볼 때도, 카카오톡으로 메신저를 할 때도 최근 이 회사의 광고를 자주 접했는데요. 실제 HD현대의 지난 1분기 광고 관련 비용은 149억원이었습니다. 작년 1분기 대비 21배나 늘어난 규모죠. HD현대가 광고비용을 확 늘리면서까지 회사 알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광고에 진심이었던 이유
HD현대가 지난 1분기 광고비를 늘린 것은 채용과 연관 있습니다. HD현대는 지난 1분기 신입, 경력 채용을 실시했는데요. 이 기간 광고를 집중적으로 노출해 '인재 모시기'에 나선 것이죠.
옥외 광고는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이 몰리는 대학가 주변에 집중 됐습니다. HD현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옥외 광고를 실시한 곳은 서울소재 대학가 10곳인데요. 신촌역, 서울대입구역, 한양대역 등 대학과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인근 버스 정류장에 옥외광고를 설치한 것이죠.
광고 문구도 대학교마다 특색 있게 차별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우뚝 설 대단한 당신'(서울대학교), '고대하던 미래 행동으로 보여줘'(고려대학교), '행동하는 당신이 미래를 연대'(연세대학교), '성대한 미래 행동으로 시작해'(성균관대학교) 등 각 학교의 약칭을 활용해 광고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HD현대가 광고까지 하며 채용시즌을 보낸 것을 보면 이 회사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과거 10~15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 건설기계 분야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 업종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취준생들은 IT, 반도체, 배터리 업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죠.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싶은 HD현대 입장에선 광고를 통해 채용 공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싶었을 겁니다.
광고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HD현대 관계자는 "학교명을 활용한 광고 문구가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며 "단순히 취업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보다 관심도가 확실히 달라 지원율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광고는 'HD현대' 사명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HD현대는 작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사명을 변경했는데요. 아직도 과거 사명이 익숙한 게 사실입니다.
온라인 광고를 낸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HD현대는 지난 1분기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광고를 실시했는데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채널들을 통해 회사 이미지 알리기에 나선 것이죠.
HD현대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여러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그간 중공업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게 사실"이라며 "무거운 이미지를 벗는 등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광고료 149억…판매비 아닌 매출원가
회사가 지출한 광고비는 보통 판매비와 관리비(이하 판관비) 항목인 '광고선전비'를 통해 확인 가능한데요. HD현대의 지난 1분기 판관비 항목에 포함된 광고선전비(별도재무제표)는 '0원' 입니다. 149억원을 광고비로 썼는데 어떻게 '0원'이 될 수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려면 '매출원가'와 '판관비' 개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는 비용을 지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매출원가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비용', 판관비는 '생산된 제품의 판매를 위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광고선전비는 판매 목적을 위한 성격이 강하므로 판관비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HD현대는 조금 다릅니다. 이 회사의 정관을 보면 여러 사업 목적 중 '브랜드 및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센스업'이 포함돼 있는데요.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자체가 이 회사의 영업활동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HD현대는 광고선전비를 매출원가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출원가 항목을 보면 HD현대가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에 지출한 금액은 149억원인데요. 작년 1분기(7억원)와 비교했을 때 약 21배 증가한 수준입니다. 매출원가(224억원)에서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적지 않죠.
HD현대는 상표권 수입을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로부터 'HD' 이름값을 받는 것이죠. 계열사들은 자사 매출의 0.05%를 브랜드 값으로 내고 있고요.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상표권 수입 일부를 광고비로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HD현대는 앞으로도 회사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작년 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채널을 개설해 회사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게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요.
HD현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회사 내·외부 관계자들과) 접점들을 넓혀나갈 계획"이라며 "50년의 고유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변화될 50년을 준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