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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화웨이 쇼크’ 중국 반도체 어디까지 왔나

  • 2023.09.08(금) 17:25

SMIC 7나노 칩 화웨이 공급…가격·성능·수율 관건
“미, 대중 수출통제 최종안 이르면 이달 발표할 듯”

/그래픽=비즈워치

중국 화웨이가 자국 생산 반도체로 최신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했고, 화웨이 신제품에 해당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게 주 내용인데요.

당초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 관련해 대중(對中) 수출통제를 옥죄고 있는 미국으로선 다소 당황한 모습입니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동원해 제재 수위를 높이는 와중에도 중국이 독자적 기술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각선 해당 반도체가 시장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제품일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구형 장비로 생산함으로써 성능 및 수율의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궤를 함께합니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촘촘한 대중 규제로 첨단기술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미국 제재 뚫은 ‘차이나 칩’

미국 상무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관련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 8월 말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MIC가 중국에서 생산한 7나노 공정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9000’ 칩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7나노’는 2018년 애플 아이폰에 내장된 칩에 쓰인 기술로 알려집니다. 현재 아이폰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칩으로 구동됩니다. 따라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반도체 기술은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보다 5년 이상 뒤처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세계 최첨단 기술보다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내에선 이번 7나노 칩 개발·공급은 중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어느 정도 진전됐음을 시사한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공정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는데요.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이 최첨단 기술보다 약 8년 뒤처진 14나노 칩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자 수출통제를 한 바 있습니다. 

특히 화웨이와 SMIC는 미국 정부가 안보를 명분 삼아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상무부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려놓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미국 제재를 피해 파운드리 분야서 중국의 반도체 추격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7나노가 한계”…기술 마지노선 다다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성공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반도체의 성능과 수율 등 상품성에서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최신 장비가 아닌 구형 장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SMIC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아닌 DUV(심자외선) 장비를 통해 7나노 공정을 구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UV’는 초미세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필수 장비인데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이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ASML은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적극 협력하며 2019년부터 EUV 대중 수출을 차단한 바 있습니다. 중국엔 아직 EUV 장비가 한 대도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때문에 대량 생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합니다. 공정이 늘어나면서 칩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수율도 낮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에 7나노가 구형 장비로 제작할 수 있는 한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SMIC가 구형 장비로 노광공정을 두 번 거치는 더블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10나노 이하 기술에 성공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다만 구형 장비로 생산한 7나노 칩이 최신 EUV 장비로 만든 제품과 동일한 선폭 및 성능을 가졌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에서 중요한 것은 개발보다 양산”이라며 “공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수율이 낮으면 설령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제품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외신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리서치 회사들은 SMIC의 7나노 수율이 5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업계 표준인 90%를 크게 밑도는 수치입니다

미국, 구형 장비도 대중 수출통제 가능성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대중 제재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 의회에선 SMIC가 반도체 제재를 위반했다며 SMIC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결과적으로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출통제 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번 사태로 미중 테크전쟁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기존 장비를 응용하거나 활용해서 첨단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어낼수록 미국은 제재를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첨단 장비 위주로 이제 수출 제재가 시행되지만 향후 구형 장비도 제재가 가해지는 등 지난해 10월에 나왔던 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팀장은 “최근 중국 내 비밀 네트워크가 조직, 제재를 받지 않는 신생 기업들을 통해 반도체 장비를 구매한다는 설이 미국 반도체협회에서 돈다는 얘기가 있다”며 “지난해 10월 7일 미국 산업안보국이 발표한 임시규정 이후 최종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더욱 강화된 최종 규정이 이번 달 발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이번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가 제조한 D램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화웨이폰에 들어간 주요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됐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 후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으며 미국 수출 규제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게 회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는 화웨이가 수출 규제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비축한 부품을 확보해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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