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국 산업계를 강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이 무너지며 기업들은 혹독한 한파를 견뎌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 기업군을 선정, 지난해 성적표를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현대차 그룹만큼은 예외였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은 국내 상장사 중 1, 2위를 기록했다. 단연 현대차 그룹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주요 상장 계열사들도 좋은 실적으로 그룹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다만 철강과 운송 사업 계열사의 경우 업황 악화 등으로 다소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대급 성과를 낸 자동차 산업 관련 계열사는 전반적인 호실적을 이룬 반면 그외 계열사들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기아 역대급 매출·영업익, 그룹 호실적 이끌어
28일 현대차 그룹 비금융 상장 계열사 11곳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기업은 8곳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전년비 39.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이노션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은 전년보다 매출액이 줄었다.
지난해 11개 계열사별 연결 매출액을 단순 합산할 경우 약 421조17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준 합산액(373조3353억원)보다 11.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매출 증가액은 47조6822억원으로 이중 현대차(20조5122억원)와 기아(13조2494억원)가 차지한 비중이 71%에 이른다. 그룹 전체 성장세를 두 기업이 이끌었다는 의미다.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눈에 띄게 개선했다. 지난해 11개 계열사의 연결 영업이익을 더하면 32조9032억원으로 전년(23조7468억원)보다 38.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증가율(11.3%)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이 계열사들의 전체 영업이익 증가액은 9조1564억원인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증가액은 9조6769억원으로 이보다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계열사의 부진을 상쇄하면서도 성장세를 만든 셈이다.
모비스·위아도 호실적…글로비스·제철은 업황 악화 타격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그야말로 실적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각각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올라섰다. 합산 영업이익은 총 27조7348억원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6조5670억원)을 네 배 이상 웃돌았다.
국내의 경우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30만4282대의 자동차를 팔아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빅3' 자리를 수성했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10.2%로 테슬라(9.2%)를 넘어섰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의 경우 그간 고단가 정책 등으로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자랑했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저가 정책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 그룹은 친환경차와 SUV 등 고수익 차종 판매 전략, 그리고 해외 시장 판매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영이익률이 11.6%까지 치솟으며 탄탄한 내실을 자랑했다. 현대차에 비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규모는 작지만 높은 수익성으로 그룹 실적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9.3%다.
두 완성차 기업이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자동차 산업군에 속한 계열사들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59조2544억원으로 전년보다 1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3% 늘었다.
현대차·기아에 변속기와 엔진, 모듈 등을 공급하는 현대위아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7%, 8.1% 증가하며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IT 서비스 사업과 차량 소프트웨어(SW)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오토에버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광고를 주력으로 하는 광고회사 이노션 역시 전체 광고 시장 침체에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 외 계열사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부동산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업 호조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0% 이상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간 쌓아왔던 대규모 해외 수주 사업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철도·방산 기업 현대로템 역시 최근 주목받는 방위산업 호황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4%, 42.4% 증가하며 호실적을 보였다.
반면 해운과 철강 계열사는 업황 악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종합물류업, 해운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13.6%의 감소율을 보였다. 전방 산업 둔화와 저렴한 중국산 철강 제품의 국내 유입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현대제철 역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