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국 산업계를 강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이 무너지며 기업들은 혹독한 한파를 견뎌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 기업군을 선정, 지난해 성적표를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2023년은 LG그룹 내 LG에너지솔루션의 입지가 확대된 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 악화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독보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키워 그룹 실적을 깎아먹었다. TV와 스마트폰 등의 소비 감소로 디스플레이 산업 침체가 계속된 탓이다.
계열사 전반 수익 감소
29일 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이노텍·㈜LG·LG생활건강·LG헬로비전·HS애드·로보스타·LG디스플레이(이상 영업이익순, LG전자와 LG화학은 각각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 연결 반영) 등 LG그룹의 비금융 주요 11개 계열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HS애드를 제외하면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의 이익이 줄었다.
계열사별 연결 영업이익을 단순 합산할 경우 2조7931억원으로 전년 동일 기준 합산액(3조916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수익성도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증가한 2개사 외 8개사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했고, 로보스타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외형은 전반적으로 성장세였다. 같은 기준으로 매출액을 합산하면 작년 매출 규모는 239조2175억원으로 전년(229조7912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영업이익 하락은 ㈜LG의 성적표만 봐도 드러난다. ㈜LG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으로부터 △배당금 수익 △상표권 사용수익 △임대수익을 받는 순수지주회사다.
지난해 ㈜LG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수익은 1조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이중 배당 수익은 전년 대비 4.9% 감소한 5389억원을 기록했고, LG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 사용 수익은 2.3% 감소한 3572억원이었다. 소유 건물 임대를 통한 임대수익도 1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자회사에 울고 웃은 LG전자·LG화학
그룹 내 가장 규모가 큰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84조2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1% 감소한 3조5491억원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수익성 하락 탓이다. 지난해 LG이노텍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0조60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4.7% 줄어든 8308억원에 그쳤다. 11개 LG 계열사 중 가장 큰 영업이익 하락 폭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방 IT 수요 부진 등으로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은 3년 만이다.
LG전자가 연결 반영한 LG이노텍의 실적을 제외하면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63조6225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은 2조7183억원으로 19.3% 증가했다. 내실 경영에 집중하며 영업이익률은 3.6%에서 4.3%로 0.7%P(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연결 반영하는 LG화학의 상황은 다소 달랐다. 지난해 LG화학의 연결 기준 매출은 55조2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1% 감소한 2조5292억원이었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5% 수준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78.2% 증가한 2조163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그룹 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 성장 둔화에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범(IRA)의 생산세약공제(AMPC) 수혜를 비롯해 물류비 절감, 생산성 향상 등에 힘입은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호조가 모회사인 LG화학의 실적 하락 폭을 낮춘 셈이 됐다. 실제 별도 기준으로 보면 LG화학의 작년 매출은 19조9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적자로 돌아섰다.
별도 실적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석유화학·첨단소재 사업 부문 해외 자회사 실적도 제외하기 때문에, 이를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LG화학의 실적이라고 100% 볼 수는 없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 자체 사업의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전히 우울한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전년에 이어 또 수조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해 그룹 내 '아픈 손가락' 오명을 이어갔다. LG디스플레이의 작년 연간 영업손실은 2조5102억원으로 전년(2조850억원) 대비 20.4% 늘어났다. 4분기 7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연간 적자 폭을 줄이지는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6조1518억원에서 21조3398억원으로 18.4% 줄어들며, 영업손실률도 마이너스(-)8.0%에서 -11.8%로 악화했다.
1999년 구 LG산전 로봇사업부에서 분리 후 설립된 로보스타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로보스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9조원으로 전년(-13조원) 대비 적자 폭이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8.3% 감소한 1027억원에 머물렀다.
LG생활건강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작년 LG생활건강의 연결 기준 매출은 6조8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줄었고, 영업이익도 4870억원으로 31.5% 감소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7.2%로 전년 대비 2.7%P 떨어졌다.
통신·서비스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외형 성장에는 성장했지만, 내실 다지기에는 실패했다. 작년 LG유플러스는 14조3726억원, LG헬로비전은 1조190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각각 3.4%, 1.9% 성장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감소세였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9980억원으로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고, LG헬로비전은 전년 대비 11.9% 줄어든 4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LG그룹 계열 광고 3사가 합병한 HS애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4%, 6.5% 증가하며 선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