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국 산업계를 강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이 무너지며 기업들은 혹독한 한파를 견뎌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 기업군을 선정, 지난해 성적표를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SK그룹도 지난해 최악의 반도체 한파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연간 7조7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SK하이닉스 영향이 컸다. 이에 비금융권 주요 계열사 10곳의 영업이익은 전년 13조원대에서 영업손실 5조원대로 적자 전환했다.
하이닉스·스퀘어 적자만 10조원대
지난해 SK그룹 비금융권 주요 계열사 10곳(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SK가스·SK스퀘어·SK디앤디·SK아이테크놀로지·SK케미칼·SKC)은 연간 영업손실 5조7829억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연간 영업이익(13조3512억원) 대비 143.3% 급감하며 주저앉았다.
반도체 시황이 고꾸라지면서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6조8094억원 영업이익 대비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 등 연간 적자를 이어왔다. 다행히 4분기 들어 3460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 손실 규모를 소폭 줄였으나 누적 적자 규모를 상쇄하긴 역부족이었다.
이에 SK스퀘어도 2조원대 적자를 냈다. 지분법 손실로 인한 타격 탓이다. SK하이닉스 등 포트폴리오 회사의 지분법 손실 총 2조526억원이 영업손실에 반영됐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출범한 투자회사로, SK하이닉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 및 종속회사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회사 관련 투자를 영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함께 든든한 기둥이던 SK이노베이션도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90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석유 사업의 영업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조3911억원을 냈던 전년 대비 2조5802억원(76.1%) 급감했다. 지난 한 해 정제마진의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이 주효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급등했던 '2022년에 대한 역기저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를 고려해 2021년 실적과 비교했을 때에도 아쉬운 대목은 있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영업이익(1조7417억원) 대비 2000억원 늘어난 규모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매출도 30조원 가까이 늘어나,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3.7%에서 2.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AI'
지난해 SK텔레콤은 1조7532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피라미드 전략'에 힘입어 10%에 가까운 영업이익 성장률을 거둘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기존 사업을 △AI 인프라 △AI 전환 △AI 서비스 등 3대 사업 영역에 맞춰 재정의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지난해 2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하기도 했다.
사업형 투자회사로 나선 SK네트웍스는 전년 대비 33.6% 오른 23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이 2014년 이후 9년 만이란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AI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 작업에 나선 영향이 주효했다.
SK디앤디가 전년 대비 195.9% 급등한 1903억원 영업이익을 내고, SK아이테크놀로지(SKIET)가 전년 522억원 적자에서 32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으나 이외 굵직한 계열사들의 적자 규모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해당 10개사의 연간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150조513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증가한 곳은 10개사 가운데 2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만 11조8558억원(26.6%)이 빠지면서 영향이 컸고, SK가스와 SKC에서도 1조739억원(13.3%)·8159억원(34.2%) 감소하면서 총액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