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즈베즈다(ZVEZDA) 조선소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12일 2020년과 2021년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수주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과 북해용 셔틀탱커 7척과 관련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선주사인 즈베즈다 조선소가 협상 진행 중 일방적으로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 해지 통보 및 기 납입 선수금 8억 달러(약 1조 1012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즈베즈다 조선소는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지정돼 자금 거래 일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번 선주사의 계약 해지 통보가 부적법해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법원을 통해 계약 해지의 위법성과 반환 범위 등에 대해 즈베즈다 조선소와 다툴 예정"이라면서도 "협상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지난 2019년 총 22척(쇄빙선 15척·쇄빙 셔틀탱커 7척)의 선박 수주를 따냈다. 계약금만 총 57억 달러 (약 7조 8400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이 중 5척은 이미 건조 후 선주사인 즈베즈다 조선소에 인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은 22척 중 남은 17척에 대한 계약이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 11월 즈베즈다 조선소와 쇄빙 LNG 운반선 10척에 대한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1년 10월에는 쇄빙 셔틀탱커 7척에 대한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4조 8525억원으로, 즈베즈다 조선소는 선수금(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받기 전 미리 일부 금액을 납부하는 것) 8억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건조 설계가 시작될 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러-우 전쟁이 발발했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즈베즈다 조선소를 특별지정제재대상으로 지정 및 공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선박에 대해 설계를 진행해 왔으나 결국 지난해 8월 제작 중단 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 유지 등 계약 전반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즈베즈다가 지난 11일 삼성중공업의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17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행히도 계약 해지 통보 선박들은 아직 건조가 시작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다"며 "수주 당시 LNG 운반선 수주 가격이 높지 않아 계약 해지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가 계약 불이행을 주장한 이유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