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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50년에 위기 맞은 삼성전자, 내년은 다를까

  • 2024.12.09(월) 06:50

지난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50주년 맞아
HBM 뒤처져 위기론 대두…SK하이닉스에 밀려
전영현 부회장에 경쟁력 회복 일임, AI센터까지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년이 됐다. 지난 6일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앞길은 다소 어둡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늦장 대응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부동의 1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특히 뼈 아프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가 HBM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리는 등 시장 분위기도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상계엄 여파에 따라 국내 정세도 기업엔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앞으로의 50년을 시작하는 내년, 현재의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별도의 공식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점에서도 이같은 의지가 드러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반세기 동안 쌓아온 기술 경쟁력을 발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 잃은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1974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했고,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b(메가비트)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3년에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해 30년간 이를 지켰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HBM으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에 수위를 내줬다. 실제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845억원,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12조22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3조원가량 많은 셈이다. 4분기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 올해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외적 시장 환경도 삼성전자에 불리한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최근 관보를 통해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했다. 중국이 AI를 개발할 때 필요한 HBM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HBM을 수출할 수 없도록 한 게 핵심이다. 미 상무부가 통제하는 HBM은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 면적당 초당 2GB보다 높은 제품인데,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이 이를 초과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비중이 큰 SK하이닉스보다 중국 고객사 비중이 큰 삼성전자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분석가들은 삼성이 HBM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메모리 경쟁력 회복 방점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가 메모리 사업부에서 시작된 만큼, 삼성전자의 올해 인사와 조직개편은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지난 5월 이례적으로 DS부문장을 '올드보이'인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데 이어, 전 부회장에게 세 개의 직책을 부여했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뿐 아니라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임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그래픽=비즈워치

그는 지난 2014년 말부터 2년여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바 있다. 약 8년 만에 다시 메모리를 직접 챙기게 된 셈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는 게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 회복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부문장이 책임지고 HBM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기술 경쟁력 복원에 필요한 투자 등의 전략을 조율·지원하기 위해 DS부문에 경영전략담당도 신설했다. 이 자리에는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옛 미래전략실 출신인 김용관 사장이 앉았다. 향후 엔비디아와의 협력, 파운드리 고객사 수주 등 고객 비즈니스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DS부문 내 AI센터도 신설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인 SAIT 산하 AI센터와 DS 부문 내 혁신센터를 AI센터로 통합한 것이다.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이 센터장으로 선임돼 AI센터를 이끌 예정이다. AI센터의 60여명의 인력들을 통해 차세대 저장장치 개발과 AI 시대에 대응하는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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