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Biz북터뷰'는 경제를 비롯한 전문 도서의 저자와 만나 책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한 핵심을 비롯해 미처 말하지 못한 생각들을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반도체 투자 시장에서 요즘 핫(Hot)한 것이 'AI(인공지능)'입니다. 반도체 섹터 안에서도 AI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추종 지수로도 이 같은 상황을 확연히 알 수 있는데요. 미국 나스닥의 AI반도체 종목만을 추린 '필라델피아 AI 반도체 지수(이하 ASOX)'는 지난 9월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무려 22.6%포인트(P) 올랐습니다. 이 기간 종합 반도체 투자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이하 SOX)'가 5.73%p 상승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됩니다.
AI 반도체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투자자 사이에선 AI 반도체 종목에서 추가 상승을 노리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AI가 아닌 일반 반도체 종목에서 반등 기회를 찾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지난 5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우황제 작가는 "단기 투자라면 AI 반도체 종목을, 장기 투자라면 범용 반도체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우 작가는 연세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반도체 전문가입니다. 그는 반도체 투자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면서 온라인 투자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올해 출간한 투자지침서 '반도체 투자의 원칙'이 있습니다.
그는 AI 반도체 종목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 범용 반도체 종목의 수요 회복이 더뎌지며 반등 기회가 확실치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이러한 리스크를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I주, 공급 과잉론·주가 고평가로 인한 변동성 주의해야"
AI 반도체를 논할 때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빼놓을 수 없죠. HBM은 여러 개의 D랩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형태의 칩인데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대용량 정보처리 능력으로 AI 기술에 필수적입니다. HBM의 공급량은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 작가는 HBM의 가격 상승 속도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가파르게 오르던 HBM 가격 상승에 조만간 제동일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등의 HBM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서 공급량이 조만간 수요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메모리 3사는 점진적으로 생산라인에서 HBM 제조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다면 HBM의 가격 상승 폭이 줄어들텐데요. 자연스럽게 HBM을 생산하는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 작가는 "앞으로 HBM의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수록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마치 예민한 상태에선 작은 자극에 과민반응하는 것처럼 고평가 기업들은 사소한 문제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며 "AI 반도체에 투자한다면 높은 변동성에 유의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역대급 저점' 범용 반도체…반등 시기 확실치않아"
AI가 아닌 일반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 작가는 일반 D램 등 범용 반도체 제품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추락해 바닥을 찍었고, 현재는 저점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HBM 신기술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패권을 뺏긴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달 15일에 장중 4만99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최저가입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매출에서 HBM보다 일반 D램 의존도가 높습니다. 일반 D램은 HBM에 비해 단가가 저렴한 편이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 PC 같은 IT 기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IT기기 제조사들은 일반 D램을 사들이는 주요 고객층인데요. IT기기 수요가 부진해지니 삼성전자의 주력 D램 매출이 점차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D램 낙관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HBM 위주로 바꾸다보니 빠른 시일 내로 D램 감산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건데요.
메모리 제조사가 재고를 소진하고 IT 전방 업체들의 D램 구매 경쟁이 시작되면 D램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범용 반도체 종목의 주가를 부양해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 작가는 이같은 낙관론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D램 수요가 회복해 주가가 반등하는 시기가 시장의 예측보다 더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렌드포스와 LS증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의 D램 재고는 17주 수준으로 직전분기 15주보다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도 재고수준이 증가세를 띄고 있죠. 당장은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는 "범용 반도체에 투자할 것이라면 더욱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도체 투자시장은 반도체 수요와 공급으로 주가가 결정되는 만큼 다른 종목보다도 규칙적인 사이클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정확한 시기는 예측할 수 없으나 반등 타이밍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우 작가는 "한창 저평가된 범용 반도체 종목을 천천히 사모으며 상승 국면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