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에 210억달러(한화 약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전기차와 철강, 미래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전방위 투자로 미국 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한미 경제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시각)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 총 2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다. 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로 미국 정부의 제조업 재건 정책에 발맞추는 동시에 전기차·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선다. 그룹의 미국 내 입지 확대와 함께 국내 연관 산업의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美 생산능력 120만대 확대…전기로 제철소·로보틱스·SMR 투자
투자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능력 확충과 미래 사업 역량 강화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완성차 생산능력을 현재 100만대에서 120만대 체제로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생산량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증설하고, 앨라배마·조지아 공장도 설비 현대화에 나선다.
완성차와 함께 부품·물류·철강 부문에도 61억 달러를 투입한다. 핵심은 공급망 강화다. 전기차 부품 현지 조달을 확대하고, 루이지애나에 270만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고품질 자동차 강판 현지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63억달러가 투입되는 미래산업·에너지 부문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 미국 내 미래 사업 법인을 중심으로 로보틱스, AI, 자율주행, A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을 고도화하고, 웨이모와는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도 확대한다.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본격화해 올해 말 미시건주에서 착공에 들어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태양광 발전소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 선제 투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등도 병행한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확대를 위해 아이오나(IONNA) 연합체를 통한 충전 인프라 투자도 강화한다.

국내 투자도 역대 최대…전동화·SDV 역량 집중
국내 투자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전년 대비 19%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삼고, 전동화·SDV·수소 등 미래 기술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투자금은 연구개발(R&D)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으로 나눠집행한다. 특히 전용 전기차 공장 투자도 본격화한다. 올해 하반기 기아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하고, 울산 EV 전용 공장도 2026년 상반기 가동한다. 초대형 SUV 전기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로 미래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며 "미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