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의 출자 투자 내역을 보면, 미국과 중국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 그룹 내 미국 투자를 맡은 HMG글로벌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중국에선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자금이 수혈되고 있다.
벼랑 끝 베이징현대에 3984억 수혈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베이징현대(BHMC)에 3984억원을 증자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법인이다. 이번 출자는 작년 말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베이징현대에 총 10억9546만 달러(약 1조5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베이징현대가 증자금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략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현대 총포괄손익은 2013~2014년 2조원에 육박했고, 매출은 2016년 20조원을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과 중국 자동차 회사의 성장으로 베이징현대의 실적은 급감했다. 작년 베이징현대 매출은 3조3116억원으로 줄었고, 총포괄손실은 7177억원에 이른다. 작년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12만5000대로 시장점유율이 0.6%에 머문다.
올 1분기 현대차는 작년 말 설립한 코모 차이나(CoMo China)에 115억원을 출자했다. 코모 차이나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업계에선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필요한 인공지능(AI) 등을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선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이 급속히 전기차로 전환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재기를 위한 발판을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HMG글로벌에 4453억 출자
현대차는 HMG글로벌을 중심으로 미국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 1분기 현대차그룹은 HMG글로벌에 4453억원을 현금 출자했다. 현대차 2204억원, 기아 1358억원, 현대모비스 891억원 등이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이 2022년 미국 델라웨어에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세운 투자회사다. 당시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47.50% 현물출자와 현금출자 등 총 7431억원을 투자했다. 기아는 4366억원을 현금출자했고, 현대모비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현물출자했다. HMG글로벌 지분구조는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다.
현대차그룹은 이후에도 HMG글로벌 투자를 확대했다. 2023년 1조5268억원(현대차 7548억원· 기아 4651억원·현대모비스 3050억원), 2024년 1조6640억원(현대차 8227억원·기아 5069억원·현대모비스 3324억원) 등이다. 2022년 설립당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현물출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식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규모는 5조84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HMG글로벌은 현물출자 받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보유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HMG글로벌은 SK온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에 1억6250만달러(1조6250억원)를 투자했고, 고려아연 증자에 53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 초기인 만큼 아직 재무적 성과를 기대할 단계는 아니다. HMG글로벌 매출은 2023년 844억원, 2024년 1161억원 등에 머문다. 총포괄손실은 2023년 3387억원, 2024년 1630억원으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총포괄손실은 3101억원이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미국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8년가지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한화 약 31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등으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