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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 판결이 남긴 것

  • 2025.09.15(월) 11:34

태광산업 교환사채, 충실의무 첫 판례
구체적 증거없이 충실의무 입증 어려워
'자사주 소각' 3차 상법 개정 명분 주목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금지 가처분의 결과는 두 가지 이유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개정된 상법이 적용되는 첫 재판이었고, 상법 개정 이후에도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지가 재판 결과에 달렸었다.

사건은 지난 6월 태광산업 이사회가 전체 주식의 24.41%에 이르는 자사주 27만1769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가 최대주주(이호진 전 회장)의 이익을 위해 발행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7월 30일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8일 전인 7월 22일 공포된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영은 태광산업이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상법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43일간의 법정다툼 결과, 재판부는 태광산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태광산업의 이사들이 중장기적 성장 자금조달 수단으로 교환사채 발행을 선택한 결정이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석유화학 업황악화로 인한 영업손실, 화장품 사업 등 신규사업 검토, 그간의 무차입 경영 등 태광산업이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내세웠던 근거를 수용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을 앞두고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의 소송 남발"을 우려했다. 이번 소송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지만, 재판과정에서 충실의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일례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교환사채를 인수하는 한국투자증권이 향후 태광산업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교환사채를 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심과 정황만으로 이사 충실 의무 위반을 입증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자사주를 교환상대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 상법에서도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가 문제가 없다고 판결되면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1조411억원에 이른다. 올해 LS, SKC, SK이노베이션 등이 잇따라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이미 작년 한 해 8450억원 규모를 뛰어넘었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예고했다. 3차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자사주를 교환상대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사주 처리에 골치를 썩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태광산업의 재판 결과가 반가울 수 있다. 상법 개정 이후에도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사주의 본래 취지인 주주환원에서 벗어난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가 이사의 충실의무만으로 막기는 어려웠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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