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재건 무대에서 한국 건설기계의 이름이 다시 불리고 있다. 전쟁 전부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한국 장비는 글로벌 메이저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망, 현지 수요에 맞는 장비 구성을 강점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기반은 전후 복구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는 배경으로 주목된다.
왜 한국 건설기계일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토개발부 차관단과 재건청장 등 고위 인사 10여명은 전날(18일)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찾아 스마트팩토리의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또 지난 16일에는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컨퍼런스를 열고 전쟁 피해 현황과 복구 지원 방안을 공유했다. 이를 뒷받침할 건설기계 트레이닝센터 설립, VR 시뮬레이터 지원, 직업학교 실습 장비 제공 등 교육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우크라이나가 먼 한국까지 와 협력을 타진한 배경에는 시장 구조가 자리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 기업이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장비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가격·품질·장비 구성이 현지 여건에는 한국산 건설기계와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은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국가연합(CIS) 특성이 강하다. 서유럽 선진국과 달리 경제 규모와 구매력이 낮아 고가·고성능 장비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갖춘 장비가 선호된다. 캐터필러·코마츠 같은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는 장비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산하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은 20~30톤급 굴착기를 중심으로 한 중대형 장비 라인업이 현지 수요에 최적화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긴급 지원한 장비도 이 20~30톤급 굴착기였다. 서비스망과 부품 공급도 안정적으로 운영돼 사용 편의성이 높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경쟁력 덕분에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전쟁 전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차지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건설장비가 우크라이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것은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 혹한과 험지 등 전천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군, 신속한 서비스 지원망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확보했으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재건의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000兆 재건 무대, 한국산업에 기회로
우크라이나 재건은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로,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소요 재건 비용은 약 5000억 달러(한화 약 100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건설사와 장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초기부터 현지 정부와 접점을 넓히는 것은 이후 국제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단순 장비를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훈련·서비스·금융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에 차관단이 울산에서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까지 함께 시찰한 것도 상징적이다. 건설기계만이 아니라 조선·전력까지 한국 중후장대 산업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며 전후 복구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심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또 재건 과정에서 구축된 인프라와 인력이 전후에도 현지에 남는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계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해와 손실 규모가 초기 추정치보다 크게 불어났다"며 "2022년 추산 대비 2024년 피해 규모는 56%, 손실 규모는 90% 늘었고 재건 소요 금액 역시 4862억 달러로 당시보다 40% 증가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특히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 등 전선과 수복 지역의 복구에만 약 25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키이우 등 점령지 재건에도 80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종전 협상 결과에 따라 관할 주체가 달라질 수 있지만 재건 수요 자체는 변함없고 HD현대 건설기계 계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 시장에 모두 진출해 있어 전후 재건 사업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