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물적분할 ②기업공개(IPO) ③교환사채 발행
올해 들어 교환사채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SK케미칼, LG화학, HD한국조선해양의 공통점이다. 이 기업들은 2018~2022년 물적분할로 떼어낸 자회사를 상장시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이 자회사의 지분을 교환사채 방식으로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차고 넘치는 지분, 교환사채 방식으로 판다
최근 SK케미칼 이사회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22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사채는 사채 발행 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SK케미칼 교환사채는 올해 11월20일부터 2030년 9월20일까지 주당 5만7555원(교환가격)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교환사채 이자는 0%로,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를 붙여 무이자로 수천억원을 빌렸다. 사채 인수자는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교환가격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무이자 사채'를 인수했다.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활용해 교환사채를 찍어낼 수 있는 이유는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이 차고 넘쳐서다. 지난 6월 기준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5205만9724주(66.43%)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 30~50%를 웃도는 수준이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6.43% 중 4.88%(382만2430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향후 모든 교환사채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으로 교환되더라도 SK케미칼은 여전히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3%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1조3945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상장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갖고 있는데, 이중 1.76%를 이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LG화학 교환사채 교환가격은 33만7700원, 교환기간은 지난 7월27일부터 2028년 6월9일까지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3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채 인수자가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2월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주식으로 교환 가능한 60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 75.02% 중 1.95%를 교환사채 발행에 사용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2019년 물적분할로 HD현대중공업을 떼어냈고,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상장했다.
HD한국조선해양 교환사채의 교환가격은 34만6705원, 교환기간은 지난 3월31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주가는 49만원대로, 이미 교환가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NH투자증권 등 사채 인수자는 이미 교환사채 중 일부를 HD현대중공업 77만8758주로 교환한 것으로 집계된다.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눈치보이지만…
자회사 지분이 회사 자산이라는 측면에선 필요 이상의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K케미칼, LG화학 등은 부채상환과 투자재원 등으로 교환사채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물적분할로 만든 알짜 자회사의 상장을 통한 1차 자금 조달에 이어,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모회사의 알짜 자회사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뒤 상장하는 이른바 중복 상장으로 확보한 지분이라는 측면에선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중복 상장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면서 최근 들어 중복 상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SK엔무브가 중복상장 우려에 IPO를 접었지만, 물적분할 후 IPO는 교환사채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통해서도 증명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