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론의 '잠재력'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는 사뭇 달라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 독주를 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HBM이 수년간 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핵심 제품군으로 떠오르면서 마이크론의 부상은 미국의 반도체 재건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반도체 분야에서 선전하더라도 HBM 없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잠재력 폭발 시키는 마이크론…중심에선 HBM
마이크론은 지난 6월부터 8월(회계연도 4분기) 출 113억2000만달러, 영업이익 39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6%와 126%나 뛰었다.
마이크론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핵심 사업영역인 D램의 시장 판도 변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범용 D램의 총 공급량이 줄어들었는데,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에 수요가 늘면서 D램 가격이 크게 오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받는 부문은 HBM 실적이다. 이 기간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실적의 5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마이크론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3%가량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풍 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현재 가장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HBM3E 분야에 일찌감치 몰두한 것이 이번 회계연도 4분기 실적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마이크론은 지난 2023년 이후 생산설비를 HBM으로 돌리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등 HBM3E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고 다른 고객사로부터 HBM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도 HBM3E 8단에 이어 12단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데 성공했고 연이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SK하이닉스에 이어 가장 성공적인 HBM 제조사로 발돋움 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향후 HBM의 세대가 바뀌는 시점에서 마이크론이 두각을 나타내는 속도가 빨라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세대 HBM인 HBM4를 생산하는 3사(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를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내부 인증 등을 완료, 양산 체제 구축을 마쳤다. 마이크론은 HBM4 샘플을 출하하는 단계를 완료했고 현재 고객사 검증 절차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HBM4에서도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 시장 판단이지만 이전 세대 HBM만큼 압도적인 성적은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라며 "HBM4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하면 마이크론이 시장 2위 자리를 굳히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마이크론 밀어주는 '미국'
이런 가운데 HBM 시장 판도 변화에 영향을 줄 또다른 변수로 미국 정부가 떠올랐다. 반도체 제국 재건을 위해 총력에 나서며면서 마이크론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 핵심인 HBM 시장은 우리나라와 미국 주도로 평정돼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외에는 경쟁력을 갖춘 HBM 생산 기업이 없어서다. 특히나 한국 기업 두 곳으로 무게중심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결국 마이크론의 '약진'이 필요한데 당장 이를 뒤집을 만한 결정인 카드는 없는 상태다. HBM은 AI 반도체의 가장 핵심 부품인 만큼 기술에 대한 신뢰성과 양산에 대한 안정성이 오랜 기간 검증 받아야 고객사로부터 '채택' 된다. 반대로 말하면 SK하이닉스만큼의 기술 신뢰도 및 안정성을 마이크론이 갖추지 못하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HBM 핵심 소비자인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 '마이크론 제품 우선 사용'이라는 지침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기우에 가깝다. 아무리 미국 정부가 공격적인 보호 무역 주의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은 빅테크 기업에게 이같은 압박을 하기는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정부의 자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마이크론 제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국방부, 에너지부 등에서 슈퍼컴퓨터 등을 제조할 때 미국 내 생산 반도체 사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정부가 제품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앞선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공격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물량을 늘릴 예정이고 추가 공장이 2029년께 완공되면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Made in USA'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면 마이크론이 가장 수혜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