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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나빠져도 스포츠카 만든다"…토요타, 이유있는 고집

  • 2025.11.10(월) 06:00

토모야 타카하시 가주 레이싱 사장 인터뷰
"모터스포츠 혹독한 환경서 문제 찾고 극복"
"아이오닉 5 N, 솔직히 정말 재미있는 차"

[나고야=안준형 기자] 달리고, 망가트리고, 고치고.

지난 6일 도요타시 도요타스타디움에서 만난 토모야 타카하시 가주 레이싱 컴퍼니 사장(사진)은 자신의 역할을 3가지로 요약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TGR)을 운영하는 그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자동차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아 한계를 시험한 뒤 더 좋은 차를 만들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그는 '자동차는 실패해도 된다'는 토요타 경영진의 든든한 지원덕에 실패를 겁내지 않는다. 이날 그는 전복된 차량의 사진을 보여주며 차내에 모리조가 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리조는 69세의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레이서로 활동할 때 쓰는 이름. 경기중 전복된 모리조의 차를 통해서도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개선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회사 실적이 나빠지더라도 스포츠카를 계속 만들겠다"는 토모야 타카하시 사장의 자신감엔 토요타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사진 = WRC 랠리 재팬 공동 취재단

"끊임없이 100점 추구"

-랠리 챔피언십(WRC) 모터스포츠를 통한 '더 좋은 차 만들기'의 의미는?

▲'더 좋은 차 만들기'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답을 계속 추구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세상에 내놓는 차는 그 시점에선 분명히 좋은 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기준의 100점일 뿐이다. 언제나 완벽한 100점짜리 차는 아니다. 끊임없이 100점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 의식 자체, 그것이 바로 '더 좋은 차 만들기'다.

-왜 모터스포츠를 통해 개발하나.

▲토요타뿐 아니라 완성차 회사는 자신들의 테스트 코스를 갖고 있고 양산차를 만들기 위한 정해진 테스트 주행 방식과 패턴이 있다. 토요타도 과거엔 똑같았다. 그곳에선 정해진 주행 방식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차가 한계를 넘지 못한다. '정해진 한계선'까지만 차를 만든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세계에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극한의 혹독한 환경이다. 토요타가 가진 정형화된 테스트 패턴으론 절대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드러나게 하고, 극복하면서 더 나은 차를 만든다.

-현장 피드백을 양산차에 실제로 반영한 최근 사례가 있는가.

▲GR 야리스(Yaris)의 콕핏(운전석)을 들 수 있다. 작년에 춭시한 모델에선 초기형 GR 야리스의 콕핏 구조를 크게 재검토했다. 드라이버가 시선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토요타에선 차를 출시하고 나면 다음 풀모델 체인지가 나오기 전에는 내장을 그렇게까지 바꾸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잘 팔리는 차만 만드는 건 잘못된 방향"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 직접 운전한 것이 화제였다. 그에게 '더 좋은 차'란 무엇을 의미하나.

▲2000년대의 토요타 자동차는 판매 대수가 계속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 시기엔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 잘 팔리는 차를 만들면 된다'는 게 엔지니어 마인드였다. 그런 시대를 지켜보며 사장에 취임한 모리조 회장은 그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팔릴 만한 차를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엔지니어 사고가 정지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모리조 회장은 '더 좋은 차 만들기란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했다. 모리조 회장은 더 좋은 차를 만들기를 통해 '그냥 만들고 팔리는 차'를 넘어, 고민하며 성장하는 조직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리조 회장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가 TGR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건 최고 경영진이 직접 현장으로 내려와 함께 차를 만든다는 거다. 지금까지 토요타 역사에서 현장에서 함께 개발을 진행했던 CEO는 없었다. 회장이 현장에 오면, 엔지니어는 거짓말 할 수 없다. 대충 만든 차는 즉시 간파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도 거짓 없이, 전력으로 마스터 드라이버 모리조 회장과 부딪히며 개발하려는 태도로 변화했다. 그게 바로 지금의 토요타다.

/사진 = 안준형 기자

"아이오닉 5 N, 정말 재밌는 차"

-현대자동차와 모터스포츠 등 협력 관계는?

▲작년에 토요타 아키오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웃으며 악수했던 그 장면을 계기로, 모터스포츠 영역에서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됐다. 실제로 올해 6월에 열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서도 현대차와 TGR이 부스를 나란히 설치해서 서로 응원했다. 단순히 비즈니스적 협업이 아니라 '모터스포츠를 함께 키워 나가자'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와 협력의 시작점이 지금 막 생겨나고 있다.

-TGR과 현대차 N 각각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회사가 차를 만드는 방향성 차체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히 있다. TGR도 N도 모두 "고객에게 웃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완전히 같다. 두 브랜드의 교집합이다. 아이오닉 5 N을 처음 타봤을 때, 솔직히 '와, 정말 재미있는 차'라고 느꼈다. 아직 비밀이지만, 우리 마스터 드라이버(모리조)가 직접 그 차를 타봤을 때도 첫인상이 똑같았다. 다만 저희 TGR은 전동화로 단번에 전환할 생각은 없다. 내연기관을 끝까지 깊이 있게 탐구하고 사용해볼 생각이다. 엔진 사운드가 있고, 진동이 있고, 기계적인 감각이 있는 세계를 차를 사랑하는 고객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GR 컴퍼니는 개발, 생산, 레이싱 3가지를 모두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조직내 의견 조율 방식은?

▲모리조 회장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1×1은 1이지만, 의견이 다르면 1×2가 된다. 의견 충돌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걸 반복하면 1×3, 1×4, 1×5로 계속 커지고, 결국 아이디어와 생각이 풍성하게 확장된다. 그래서 의견 차이가 있다는 건 발전의 씨앗이다.

"직선이 빠른 차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입사 당시 '궁극의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다'라는 꿈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뤘나.

▲사실 '궁극의 스포츠카'가 아닌 '작고 재밌는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 일본에 스타렛(Starlet) 이라는 차가 있었다. 중량이 830kg 정도였고, 1.3리터 터보 엔진이 올라갔다. 서킷의 직선 코스에선 당연히 느렸다. 큰 차들과 직선에서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가벼운 덕에 코너에선 빠른 차를 따라잡고, 앞질렀다. 그 코너링의 즐거움, 가벼운 차의 재미에 완전히 매료됐다. 직선이 빠른 차를 만드는 건 사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타는 순간 즐거운 차'를 만들고 싶어서 토요타에 들어왔다. 아직 그 꿈이 완전히 이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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