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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주주 행동주의]①닦달·위협..주가를 움직여라

  • 2013.11.15(금) 14:54

행동주의 투자 황금기..더 큰 기업 타깃 삼아
관련 펀드도 들어..행동주의 투자자간 공방도 활발

'행동주의 투자(Activism)'는 한국에서는 낯선 용어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행동주의 투자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관련 펀드가 급증하고 더 큰 기업을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투자가 늘어나며 차츰 진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역시 과거 SK-소버린 사태 등을 떠올려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투자 반경에 들어있다. 해외 트렌드 강화는 물론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전망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편집자]

 

"시장은 이미 너무나 효율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는 대신 주식을 산 뒤 기업들이 최상의 주주 이익을 위해 무엇인가 하도록 만든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다"  넬슨 펠츠,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행동주의 투자는 주주들이 경영진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통해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한 기업이 마음에 안들면 주식을 팔고 손을 터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주주권을 행사해 지배구조 등에 변화를 가하는 것이다. 아예 기업을 인수해버리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인 중간개념이다. 이런 행동주의 투자는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더욱 진화하고 있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더 다양한 지역에서 더 큰 기업들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 행동주의 투자 황금기 맞았다

 

미국은 1942년부터 외부주주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하는 것을 허용해왔고, 최근에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들이 이 같은 주주 행동주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 교체나 지배구조 변경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 자신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주의 투자에 나선다.

 

이런 트렌드는 최근들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한때 미국에서만 주로 나타났던 행동주의 투자가 퍼지고 있다며 기업의 크기나 업종을 불문하고 여러 기업들에서 경영진이나 이사진들이 위협받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세계 행동주의 투자는 2010년 22건에서 3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 수치는 더 클 것이란 추정이다. 또다른 보고서의 결과도 비슷하다. 로펌인 링크레이터스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전세계에서 나타난 행동주의자들의 경영개입은 320건으로 2010년대비 88%나 급증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행동주의자들의 황금기로 표현할 정도다.

 

◇ 타깃업종도 변화무쌍..관련 펀드도 급증

 

타깃 기업도 다양해졌다. 2010년만해도 금융섹터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으로 확대되면서 IT 기업 비중이 금융섹터 비중을 오히려 추월했다.

 

링크레이터스는 "전 산업에 걸쳐 행동주의 투자에 면역돼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며 "이들은 기업 인수 접근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방어돼 있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체로 이사진 구성 변경을 촉구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을 촉구하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이미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들 외에도 행동주의 투자를 지향하는 헤지펀드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0년전 120억달러였던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최근 655억달러를 상회했다. 여기에는 연기금이나 대학재단 등도 포함돼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또 새로운 타깃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존 애크만은 유럽 지역의 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주주 행동주의 투자 기업들. 시가총액 20억달러 이상의 대기업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출처:링크레이터스)

 

◇ 행동주의 투자 진화 '네버엔딩'

 

이처럼 행동주의가 계속 번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따르면 컴퓨터를 통해 신속하게 거래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가격 불일치에 따른 차익 기회가 사실상 잘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수익을 모색하게 됐고 그 결과가 바로 행동주의 투자라는 설명이다. 앞서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도 "가격 움직임을 예측하느 것이 아니라 회사가 무언가 주주를 위한 새로운 이익을 찾아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단순히 투기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미래의 수익률을 바꾸는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초기엔 소규모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대부분의 타깃이었지만 최근엔 자금력이 커지면서 대기업으로 타깃이 바뀌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 목표가 지난 4월 현재 시가총액이 10억달러 이상의 기업들이 30% 가까이로 증가했다. 소니나 펩시, 애플 등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가 나는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같은 기업을 놓고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맞서는 식으로 양상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행동주의자들간의 싸움터로 변하기도 한다. 최근 허벌라이프를 둘러싸고 아이칸과 애크만, 애크만과 대니얼 로브가 각각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인 것이 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앞으로는 더욱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카니 CNBC 에디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 간에 서로 자신들의 논리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공방이 일상적인 상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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