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기준금리를 2.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009년~2010년 당시와 동일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에 나선 정부가 재정과 통화 양 방향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전망도 추가 인하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분위기다.
시장으로서는 부양의지 확인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다만 그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전망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 역시 불투명해지고 유럽 등은 침체의 골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기 전반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 글로벌 경기둔화에 발목..한국도 환율전쟁 동참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이후 금리를 동결해 오다 지난 8월에 이어 이날까지 두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8월 금리인하 당시만 해도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됐지만 10월만큼은 동결과 인하 전망이 다소 갈렸던 상황이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결국 마지막 카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전쟁도 재점화되면서 한은도 결국 동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했고 독일의 경제지표 부진을 비롯한 유로존의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최근 금리가 다시 하락했고, 원화에 부담을 줬던 달러 강세도 일부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환율로 보면 최근 상대적인 달러 강세 압력이 거의 해소되면서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약할 것으로 봤었다"며 "그럼에도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유럽 등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한은은 성장세 둔화를 기준금리 인하 원인으로 제시했고 저성장과 저물가를 인정하는 모습이었다"며 "대외 경제에 대한 판단도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추이(출처:KB투자증권) |
◇ 1%대 금리 가능성 열어놨다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여부로 모아진다. 최근까지만해도 금리가 인하될 경우 마지막 인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다. 당장 연내에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겠지만 내년 이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결국 해외변수가 중요한데 결국 다른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유럽 경기가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지속하고, 유로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원화 강세를 부추긴다면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를 절대하한선으로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대외 통화정책 추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선 신동준 이사도 "한국 혼자 부양해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 추이를 봐야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효과를 본 뒤 내년 1분기 이후 재정정책 등과 함께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글로벌 유동성 주시해야..코스피 약세기조 지속
최근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증시로서도 추가 금리인하 자체는 반가울 수 있는 호재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둔화라는 악재로 인해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기대감 자체는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증시는 금리 인하 소식에도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신흥국 자금이탈 요인으로 지목됐던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금리인하 당시에도 코스피가 이미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오른 후 조정을 받으면서 기준금리 인하 자체가 별다른 호재가 되지 못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자체는 이미 알려진 재료이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부양책이 계속 유지되는 정도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장은 국내 증시가 정부 정책보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많이 빠지진 않겠지만 외국인이 계속 팔고 있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증시를 옥죈 환율 요인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달러 강세가 유럽 침체를 반영한 부정적 성격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강한 달러를 원하지 않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효과가 배가되면 경기침체 위험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