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꾸준한 상승세로 증시 랠리에 윤활유 역할을 했던 국제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회의를 앞두고 기로에 섰다. 내년 말까지 감산 연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회의가 임박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감산 협약이 연장되면 시장도 한시름 놓을 전망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실망 매물에 따른 유가 하락과 함께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투기수요가 일부 몰리면서 OPEC 회의를 전후로 청산 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 러시아 변수로 감산 연장 불확실성 부각
30일(현지시간)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는 지난 5월에 이어 원유 감산 합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OPEC은 내년 3월 말까지 감산 합의를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5월 감산 합의 연장 이후에도 배럴당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하반기 들어 50달러대를 회복한 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산 합의가 연장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국제 유가는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11월 이후 상승폭도 7%선에 달한다.
하지만 OPEC 회의가 임박한 상황에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탔다. 대체로 내년 말까지 감산 기한을 연장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들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기총회 앞두고 이뤄진 장관급 회의에서 대부분 현행 감산 연장을 지지했지만 러시아 측은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러시아는 미국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OPEC이 아닌 러시아 중심의 비 OPEC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3가지 시나리오 관심
시장 바람대로 OPEC과 비 OPEC 모두 9개월 감산 합의 연장에 동의한다면 유가는 현 상승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 덕분에 원유시장에서도 수요 회복이 관찰되고 있고 공급 속도는 줄어들면서 내년까지 긍정적인 흐름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를 중심으로 비 OPEC이 감산 합의 연장을 내년 3월까지 보류할 수도 있다. 지난해 OPEC이 원유 감산에 합의했을 때도 비 OPEC 회원국들은 20일이 지난 후에야 감산 동참을 결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 등이 감산 합의 연장을 거부하는 것이다. 감산 합의 불발 시에는 최근 기대감으로 오른 원유시장에서 실망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시차를 두든 두지 않든 감산 합의 연장 쪽에 일단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투기수요 몰려 조정 일부 불가피
결과와 상관없이 OPEC 정례회의가 끝나면 회의를 앞두고 형성됐던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간 상대적으로 감산 연장에 따른 유가상승 기대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투기적 포지션들이 유입됐고 OPEC 회의 이후에는 어느 정도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에서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투기적 순 매수 포지션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원유 선물시장이 과열된 양상이라며 현재 전체 원유 관련 선물거래의 46.3%는 실물 수요가 아닌 시세차익을 추가하는 금융 수요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민병규 연구원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비중으로 향후 시황변동에 따라 유가 급변을 야기할 수 있는 단기자금이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기적으로 조정 부담이 높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설령 9개월 감산 합의 연장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최근 유가 급등세와 지나치게 쏠린 투기적 포지션을 감안할 때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유가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