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 들어 쉼 없이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적극적이라는 소식이 유가에 불을 붙이자 올 초 수준을 회복한 것.
유가가 오르자 국내 정유사들도 입이 귀에 걸렸다. 유가 상승효과는 물론 정유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2분기의 부진을 딛고 3분기에는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 3분기 국제유가, 17% 상승
1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 9월 마지막 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 당 51.89달러로 3분기가 시작됐던 7월 첫째 주(45.49달러)보다 14.1% 상승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각각 16.8%, 20% 오른 55.47달러, 58.06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주춤했던 유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산유국이 감산 합의 연장에 합의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까닭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기간이 최소 2018년 말까지 연장돼야 한다고 발언하며 오펙 등의 감산이 이전보다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원유 수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EA(국제에네지기구)는 원유 수요 전망치를 100KBPD(하루 100배럴) 상향 조정했고, 오펙도 기존보다 50KBPD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요는 견조한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속도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여 점진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유사, 다시 웃을까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사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2분기 유가에 발목 잡혀 아쉬움을 남겼던 정유사들이 3분기에는 유가의 오름세 덕을 보며 1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어서다.
정유사들의 경우, 유가가 하락하면 부정적 래깅(Lagging)효과의 영향으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까먹는 상황이 발생한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는 약 2주의 시간 동안 유가가 하락, 원유를 비싸게 사서 제품은 싼 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탓이다.
올 2분기가 딱 그랬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유가하락으로 인해 3408억원, S-Oil(에쓰오일)은 500억원 가량의 재고손실이 발생했다.
유가가 오르면 정 반대인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유가와 함께 석유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정유사들은 가격이 상승한 만큼 비싼 값에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Harvey)도 석유제품 수익성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비로 인해 미국 정제설비들의 가동률이 급감, 석유제품 공급량이 줄면서 정제마진이 급반등해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일시적인 요인(하비 효과) 등으로 인해 2분기보다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아시아 지역 내 정유설비 신증설이 예정돼있어 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