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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에 길을 묻다]"낙폭과다·배당株 위주 투자를"

  • 2018.11.05(월) 16:09

[비즈人워치]③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
"가격 조정폭 컸지만 강한 반등은 쉽지 않아
"2000선 전후로 박스권장세…진폭 커질수도"

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까지 밀렸다. 22개월여 만의 일이다. 잠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증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정의 파고 속에서 유독 낙폭이 더 큰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파고 속에 갇힌 내년 글로벌 증시 시계도 그리 밝지 않다. 현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오랜 시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현 시장에 대한 진단과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편집자]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혜실 기자

"조정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낙폭이 컸습니다. 수급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엔 호재보다 악재가 많습니다. 과대한 낙폭을 회복하는 수준에서 횡보장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6월 리서치센터장 직함을 단 새내기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최근 시장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10월 들어 글로벌 증시 전반의 조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에서 비롯된 글로벌 증시 조정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고, 한국 역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 센터장은 증시는 일정 부분 낙폭을 회복한 후 횡보장이 이어지면서 박스권 장세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낙폭 과대주나 배당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199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IBK투자증권을 거쳐 2011년 현재의 하이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주로 자동차 섹터를 분석했고 올해 6월부터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혜실 기자

- 현 증시에 대해 진단한다면

▲ 주식시장 지지선은 전쟁에서의 전선과 비슷하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이해관계가 전선을 형성하는데 버티지 못하면 끝까지 밀린다. 이번에도 2100선은 지켜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루도 못 견디고 무너져 버렸다. 방어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 왜 방어선이 무너졌나
▲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기업 이익의 문제다. 우리나라 이익이 그동안 좋았던 것은 반도체 덕이었는데 반도체 업황이 불안해지면서 우려가 선반영됐다. 미리 가격조정이 반영됐다. 외부 요인은 미·중 무역갈등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모두 수출 주요국이니 고래 등에 치인 새우가 됐다.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기간조정을 이끌고 있다. 수급도 안 좋다. 금리인상과 환율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도 방어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패시브쪽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액티브의 자정 역할이 사라졌다.

- 액티브 역할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 패시브펀드는 ETF를 중심으로 하는 기계적인 매매다. 시장 수익률만 추구하기 때문에 시장 하락과 함께 자금이 빠지면서 내려가는 힘을 키웠다. 반면 액티브펀드는 펀드 주체가 적극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담아 운용하는데, 이번에는 하락 시에도 액티브펀드가 유입되지 않아 지수를 올리는 힘이 없었다. 연기금도 개입이 안 됐고 밸류펀드라고 하는 가치주펀드도 받쳐주지 못하면서 수급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가격 조정이 빠르게 나타난 것이다.

- 수급은 2차적인 문제이고 가장 큰 악재는 무엇인가

▲ 미·중 무역갈등이다. 우리는 수출국이다. 우선 우리의 가장 큰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 생각보다 중국이 잘 버티면서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우리 기술 수준을 많이 따라와 위기다. 또 신흥국 수출을 봐도 신흥국 통화가 무너지고 미국 경기의 낙수 효과도 없어서 신흥시장 수출이 안 되고 있다.

금리 인상도 계속해서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미국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 역시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연내 금리 인상 가능할까
▲ 미국은 내년까지 금리를 3~4번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가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달 미국이 한번 더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가 100bp에 달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10월에만 3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면서 증시가 급락했는데, 추가 자금 이탈이 생기면 위험하다.

- 10년 주기 위기설도 나오는데, 금융위기와 같은가
▲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환율이 인디케이트 역할을 했다. 환율이 1700원까지 뛰었다. 지금은 위기인 것 같지만 환율이 꼼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율이 움직이지 않아 자정 기능 역할을 못 할 정도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이 올라서 가격 경쟁력이라도 확보해야 하는데 원화는 강세고 다른 신흥국은 약세니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 터키,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도 수출 잘하는데 해당국 통화가 원화 대비 절하돼서 돈이 안 된다.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어 있고, 금융회사 실적도 다 좋지 않나. 다만 가계부채가 터지면 불안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아직 안 건들고 있고 당장 부동산시장이 폭락할 상황도 아니니 불안만 있고 실체는 없다. 눈에 보이는 위기는 아닌데 주식시장에서는 불안을 너무 많이 반영하면서 고점 대비 가격조정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 그렇다면 반등도 가능한가

▲ 조정이 과했지만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승하더라도 전고점을 만들지는 못하고 과대한 낙폭만 회복하고 추가조정이 없는 수준에서 기간 조정이 지속할 것이다. 과거 6년간 지속했던 박스피로의 회귀 가능성이 가장 높다. 2000선을 중간값으로 하는 박스권은 유지되나 진폭이 클 수도 있다. 선행지표가 안 좋고, 또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질 것이고 내년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금리 압박도 강하게 올 것이다.

다만 내년 반도체 업황이 상저하고라고 하는데 반도체가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 것인가가 문제고, 자동차 업황도 환율과 일회성 비용으로 안 좋은데 내년 신차 기대감과 환율 자정작용이 얼마나 가능할지가 기대요인으로 남는다.

- 투자 전략은
▲ 배당주 위주의 투자전략을 추천한다. 주가는 떨어졌는데 배당은 똑같이 하겠다는 기업이 많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주가가 1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배당을 지난해와 똑같이 4000원을 한다면 배당수익률은 4%다. 연말이라 배당주에만 접근하면 2개월간 수익률이 배당만으로도 확보되는 것이다.

또 낙폭과대주 역시 좋다. 미·중 무역갈등 등 극단적인 시나리오 때문에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어느 정도 갈등이 해소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그룹 계열회사가 됐는데, 향후 리서치센터 운영 계획은

▲ 기존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 분야였는데 이제 금융그룹으로 편입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지주 안에서 회사가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리서치센터 역시 아직은 소규모지만 깊이있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기술을 각성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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