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까지 밀렸다. 22개월여 만의 일이다. 잠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증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정의 파고 속에서 유독 낙폭이 더 큰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파고 속에 갇힌 내년 글로벌 증시 시계도 그리 밝지 않다. 현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오랜 시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현 시장에 대한 진단과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편집자]
▲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IBK투자증권 |
"기본적으로 약세장인 것은 맞지만 한국 주식시장만의 위기는 아닙니다. 대개 약세장 초반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에서 외국인 매도가 더 강했던 특성이 이번에도 나타났고, 약세장 중후반으로 가면 한국 증시의 상대적 성과는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6일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경기 사이클 둔화와 통화정책 정상화로 우리 증시가 약세장으로 진입한 것은 충분히 확인된다고 밝혔다. 현 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은 유동성이고 이를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약세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증시가 최근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만의 문제라기보다 약세장 초입부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영향이 큰 부분도 있었지만 한국은 항상 약세장 초입부에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았다.
정용택 센터장은 "한국은 마켓 리스크가 높지, 시스템 리스크가 높진 않다"며 "약세장에 진입하면 기본적으로 이머징 투자 펀드 입장에서는 가장 유동성이 좋은 데서 먼저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후에 대응하게 되는데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에서 매도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진행 중인 만큼 조정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신 약세장 중후반엔 한국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부분에도 주목했다. 아울러 내년에도 달러 자산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전략도 단기 투자자라면 당장은 다음 모멘텀을 모색하는 것이 맞지만 장기 투자자이고 펀더멘털을 중시한다면 낙폭이 과대할 때마다 종목을 잘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이코노미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으로 유명하다. 1995년 한누리살로먼증권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입문한 후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을 거쳐 KTB투자증권 리서리센터장을 지냈다. 지난 4월부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 현 시장에 대해 간단히 진단한다면
▲ 기본적으로 지금 시장은 어떻게 봐도 약세장이 맞다. 경기 사이클이 둔화 국면으로 들어갔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감소하는 국면이고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정에 들어가면서 약세장으로 진입했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론 1월에 고점을 찍었는데 당시에도 감지가 됐었나
▲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당시 우리는 베어(Bear) 하우스 얘기를 했고 '비터 스위트(Bittersweet)'란 표현을 썼다. 말 그대로 달콤쌉싸름한 시장인 것인데 일부에서는 3000포인트까지 간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시장을 끌고 갈만한 경기 모멘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 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요인은 유동성 흐름이고 이미 정점을 지난 모습이다. 작년 대비 올해 경제 성장률은 높고 금융환경은 양호하겠지만 2018년 언저리쯤 비중을 줄이는 이유를 찾아야 되는 시기라고 봤었다.
- 완만한 조정을 겪던 증시가 왜 최근 갑자기 빠졌을까
▲ 중국의 정책 영향이 컸다. 9월 정도까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미국과 똑같이 관세로 대응했다. 그러다 관세 대응을 위한 총알이 떨어졌고 10월 초 미국이 중국에 대해 여전히 중국에 대해 강한 무역보복 얘기를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선택한 것이 큰 폭의 지준율 인하였다. 이것이 환율에 영향을 줬고 달러당 7위안이 위협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커졌다. 그런데 중국 위안화와 가장 많이 연동돼 있는 환율이 달러-원 환율이다. 중국에 투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대용으로서 한국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 보니 중국의 정책 대응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매도 요인이 된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은 마켓 리스크가 높지 시스템 리스크가 높진 않다. 항상 약세장 초입부에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았다. 약세장에 진입하면 이머징 투자 펀드 입장에서는 가장 유동성이 좋은 데서 먼저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후에 대응하게 된다. 그만큼 비중도 크고 유동성도 풍부한 한국은 초반에 약하고 약세장 중후반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2012년 유럽 사태 후 2015년까지를 봐도 초반에 약했지만 기간 내내로 보면 이머징 대비로 '아웃퍼폼'했고 환율도 강했다. 그런 특성이 지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자산 시장이 꺾이는 시점에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좋은 데서 확보하는 입장인 것이지 한국만 위기라는 대응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 아직도 조정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
▲ 외국인 입장에서는 필요하다. 바닥을 알 순 없지만 이번 장의 자산 가격 하락이 무엇에 기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지난 자산 가격 상승은 경기 요인보다는 유동성 요안에서 기인했고 이번 하락 또한 유동성이 조정 받는 것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의 출발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기 때문에 바닥에 도달하는 시점은 금리 정상화 사이클이 고점에 도달하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연준에 있는 셈이다.
미국의 자산 가격 버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대비 순자산비율 흐름을 보면 서브프라임 때보다 월등히 높은 사상 최고치다. 이것이 왜 올라갔는지 보면 결국 금리가 장기간 빠진 영향이 큰데 우상향하는 흐름은 비슷하지만 상관관계가 높진 않게 나온다. 그래서 펀더멘털과 유동성 영역으로 금리 흐름을 분해해 봤다. 이때 펀더멘털 트렌드 영역의 경우 상관관계가 높지 않지만 유동성 팩터의 경우 높게 나온다. 특히 2011년 이후 순자산비율이 급격하게 올라간 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꺾였는데 유동성 팩터가 순자산비율보다 앞서 높은 상관성을 보이면서 떨어졌다. 결국 유동성을 만든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해진다.
-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가 된다면 자산 시장도 안심할 수 있을까
▲ 그렇다. 결국 연준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언제까지, 얼마까지 할지를 봐야 한다. 그 기준을 중립금리 수준에서 찾고 있고 2.5~2.6% 정도로 보고 있다. 1차적으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립금리 수준에서 멈춘다고 본다면 내년 3,4월이면 도달하기 때문에 그 시기까지 시장이 어렵겠지만 지금보다 많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이후 경기는 둔화 초반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준이 중립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어 가늠을 해봐야 한다.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나 유럽 재정위기 등 시장이 안 좋았을 당시에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은 시기였다. 이런 이벤트가 오면 필연적으로 신흥국 위험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성급하게 판단하기 보다 지켜봐야 한다. 마침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가 예정돼 있는 만큼 또 다른 불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 현 시점에서는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 전략에 대한 판단은 투자에 대한 지평(Horizon)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르다. 개별 주식이 아닌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하고 있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분할매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가가 싸다는 것과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 시장 특징이 하락기 전반부에 많이 흔들리고 시스템 리스크에서 안전하다고 본다면 뒤로 가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부분이 반영될 수 있다.
단기 투자자이고 모멘텀을 타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현금화하고 다음 모멘텀 때 기회를 봐야겠지만 장기 투자자이고 펀더멘털을 중시한다면 낙폭이 과대할 때마다 종목을 잘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맞다.
- 해외 투자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 자산별로 생각해보면 내년까지 우월한 자산은 달러 표시 자산이 아닐까 한다. 위험자산보다는 채권형 자산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년 중에도 몇 번의 위기 국면이 있다고 본다면 특히 더 그렇다. 특히 내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다. 미국 연준이 추가적으로 인상해서 신흥국 몇 곳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하다. 반면 내년 중국 관련 부문이 민감하게 진행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물론 시장이 크게 빠지면서 매수해야겠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 내년 전망 보고서의 제목을 '크리오(κριυω)'라고 달았다. 그리스어로 '위기(crisis)의 어원'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불안하고 나빠지는 것을 뜻하지 않고 선택하고 분별하고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가 보기에 죽거나 회복하거나의 분기점을 말하는 것이다. 내년 같은 경우 지난해와 올해와 다르게 경제성장률 낮아지고 금융환경이 더 불안해질 것이다. 바닥도 지금보다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연말로 가면 어떤 이슈로 비중을 늘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로 본다. 내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
- 전체적인 시장 흐름은 어떻게 봐야 할까
▲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유동적이다. 상반기쯤 연준의 금리 흐름이 결판날 텐데 중립 수준에 머문다면 그 이후로 횡보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만약 추가 인상이 나오면서 중국의 외환위기가 표면화된다면 하반기 낙폭을 장담할 수 없다.
-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 인상을 할까
▲ 초지일관 없다고 보고 있고 올리면 안 된다고 본다. 물론 한국은행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왜냐하면 이번 경기 사이클 상 특징은 사이클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인데 대부분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둔화되지만 둔화폭은 크지 않다. 0.2%가 안될 것으로 보고 있고 한은은 평탄한(flat) 수준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경기 기대감이 좋았지만 경기 상승폭을 그리 높게 잡지 않았다.
여기서 핵심은 잠재성장률과 연간 성장률이 진폭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잠재성장률과 성장률의 차이가 인플레이션 갭인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갭이 불명확하다. 통화정책 타이밍을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셈이다.
이는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산 배분을 하거나 산업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투자시계(Investment Clock)을 많이 활용하는데 시계처럼 4분 면을 만들어 경기 회복기, 확장기 등에 따라 유리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이 상승하고 하락할 경우 2분 면으로 나뉘고 이를 다시 2분 면으로 나누는 기준선은 잠재성장률이다. GDP가 상승하는데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회복기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확장기가 되는 셈이다. 이 사이클이 사라지면서 자산 배분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더 나아가 경기 사이클이 밋밋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자산 가격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나머지 부분을 유동성이 설명해주고 있는 셈인데 유동성이 자산 가격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시기의 특징은 저금리가 고착화되고 버블이 만성화되고 작은 충격에 예민해지는 시장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려워진 것이고 2012년 이후 글로벌 투자가 패시브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내년 주목해야 할 이슈는
▲ 내년 남북경협 부문을 중시하고 있다. 올해 대북 관련주는 굉장히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이슈를 일회성 테마로 소모해버렸고 지나치게 표피적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뜯어볼 부분이 상당히 많다. 북한의 변화가 상당히 구조적인 변화라고 본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경제 지표보다는 남북경협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본다. 지금처럼 정형화되거나 도식화하지 않고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북한연구센터가 있는데 IBK투자증권 리서치와 협력해 리포트 발간도 고려 중이다.
- 코스닥 시장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면
▲ 코스닥은 (전체 시장과) 따로 보는 것이 맞다. 코스닥은 인덱스가 아닌 개별 종목으로 봤으면 좋겠다. 딱 몇 개 종목이면 인덱스가 다 설명된다. 그 안에 바이오가 포함되다 보니 워낙 많이 올랐고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 따라서 종목의 범위가 일단 넓어져야 한다. 미국 나스닥은 인덱스로 봐야 하고 한국의 코스닥 종목과 다르다. 나스닥은 나스닥 인덱스 자체가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그대로 코스닥으로 가져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코스닥에서도 장기투자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IBK투자증권은 코스닥 리포트 사업자다. 종목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는데 그 종목의 60%는 최근 3년간 1번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노력들이 중요하다. 뻔한 종목이 수급에 휩쓸리게 되는데 리서치들이 범위를 넓혀서 투자할만한 종목을 걸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입장에서는 내년에 가장 중점을 둘 부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