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내년 지수 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장이 좋았던 지난해에는 11월 이전에 증시 전망이 앞다퉈 나온 것과 달리 올해는 11월 이후에야 느지막이 내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수를 따라 워낙 심리가 크게 가라앉으면서 전체적인 눈높이는 확 낮아졌다. 예상 코스피 밴드도 엇비슷한 양상이다. 내년에도 호재보다는 악재 우려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전망치가 1900~2400 즈음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 내년 1900~2400 박스권 대세
13일까지 내년 증시 전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10곳이 넘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내년에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이맘때 올해 상승장을 예고하며 3000포인트 돌파 전망이 잇따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하단은 1900선 안팎에서, 코스피 상단은 2400선 안팎에서 각각 형성되고 있다. 최저점은 1850선, 최고점은 2450으로 지난해보다 눈높이가 낮아졌고 대부분의 전망치들이 큰 박스권 안에 자리했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서 볼 때 상저하고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고하저도 맞서며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기업 매출 부진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 변경 계획에 따른 외국인 수급 방향 등이 증시 경로를 결정할 것"이라며 "N 패턴의 박스권 경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DB금융투자는 "상반기엔 중국 경기부양 선회와 유로존 정치 불안 소강으로 한국 시장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미국 증시 영향으로 재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 암울한 전망 일색
내년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미국의 긴축 행보와 미국, 중국간 무역분쟁 향배다. 이들 변수를 감안할 때 2019년 역시 쉽지 않은 흐름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경기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은 금리 인상 후반부라는 것이 컨센서스"라며 "금리 인상 종료는 경기의 정점을 의미하고 금리 인상 사이클 막바지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경기 선행 및 동행지수 동반 하락을 계기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포가 실적 개선을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SK증권은 좀 더 보수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신흥국 불안과 미국 금리 상승, 중국 경기 둔화 등을 감안하면 자산 가격 상승은 마지막 국면에 다다르고 있다며 미국이든 한국이든 지금 수준보다 주가가 오르겠지만 매도 시점(Exit Point)를 설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조언이다.
◇ 그래도 기회는 있다
그렇다고 아예 주식 투자를 접으란 얘기는 아니다. 일단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키움증권은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84배까지 하락하면서 2016년 6월 브렉시트 당시(0.88배) 보다 아래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4차 산업혁명 등 유망산업 위주로 추천 리스크가 채워졌고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점도 공통된 목소리다.
NH투자증권은 "성장주 투자가 유망하며 반도체의 추세적 하락 시기는 아니다고 판단한다"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사회책임투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도 "반도체 업종은 사상 최저 밸류에이션에 위치해 있고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반등이 가능하다"며 2차 전지와 바이오도 유망하다고 밝혔다. KB증권은 "내년 성장주를 주목하고 인프라 투자와 5G, 무인화 기술 등을 눈여겨보라"고 당부했다.